국내 은행권의 높은 예대율 구조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에 따라 수익성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성장이 전통적 은행업에 미칠 리스크를 집중 분석했다.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는 스테이블코인이 보편화될 경우 기존 은행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돼 은행 예금이 코인 발행사의 준비금으로 대거 이동하면, 은행은 유동성 부족과 대출 재원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특히 결제 시장의 주도권 일부가 넘어가면서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 수입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국내 은행권이 글로벌 평균(약 80%)을 상회하는 100~110% 수준의 높은 원화 예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예금 유출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출 규모 축소나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 구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에 의존하는 조달 구조상,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자금 이탈은 수익성에 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 시 인터넷은행의 자산수익률(ROA) 하락 폭이 시중은행보다 훨씬 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이 보유한 오랜 신뢰도와 탄탄한 고객 관계망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단기간에 넘기 힘든 장벽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기회 삼아 은행들이 방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어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직접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관련 결제 인프라를 제공해 생태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스테이블코인 서비스 도입과 더불어 자금 조달 구조를 다각화하는 등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