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한층 강화되면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실적이 당초 세웠던 목표치를 크게 하회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와 고금리 여파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눈치에 보수적인 영업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분기 말 가계대출은 연간 증가 목표치 대비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특히 일부 은행은 연간 목표치보다 훨씬 큰 규모로 대출 잔액이 줄어들며 역성장 폭이 두드러졌다.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인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850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실제로는 1조5896억원이 줄어들며 목표 대비 -187.0%의 실적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역시 9092억원 증액을 목표로 잡았지만 오히려 1조6143억원이 감소해 -178.0%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대출 증가액이 목표치를 초과함에 따라 올해 당국의 페널티 대상에 오른 점도 보수적인 대출 집행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1분기 중 가계대출이 1조5402억원 줄어들며 목표 대비 -175.0%를 나타냈고, NH농협은행도 8700억원 증가 목표에 1조3551억원(-156.0%)이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적은 3447억원이 줄어들며 목표 대비 -41.7%를 기록했다. 5대 은행 전체적으로 볼 때 연간 목표치를 채우기는커녕 수조원의 잔액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당국이 올해 전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1.7%)보다 낮은 1.5% 수준으로 억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5대 은행의 경우 전체 목표치의 60~70% 수준을 배정받아 관리 중인데, 올해 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가 4월에 확정되기 전까지 각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극도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한 영향이 컸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가계대출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물량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수요 자체가 꺾인 측면도 있지만, 당국의 목표치를 준수해야 한다는 압박이 은행들의 적극적인 대출 영업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