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메리츠증권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 8일 하나금융그룹과 하나은행 특별 세무조사에 이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메리츠증권 본사로 조사요원을 투입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회계 자료 등을 확보했다.
조사4국은 4~5년 주기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탈세 등 특정 혐의를 포착하고 기획·심층 조사를 전담하는 핵심 부서다. 이에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메리츠금융이 조정호 회장 개인에게 거액의 현금을 세금 없이 몰아주기 위한 편법은 없었는지 자금 이동 전반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조사 대상 항목이나 혐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측은 “개별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등 정보는 규정상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투자은행(IB) 사업 확대 과정에서 공격적인 영업으로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내부통제와 관련한 논란도 이어져 왔다. PF 대출 연장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2024년 금융감독원의 현장검사를 받았다.
또한 전직 임원은 재직 중 다른 금융기관에서 가족회사의 부동산 투자금 명목으로 1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지난 8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상대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메리츠증권으로 대상을 넓혔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문한 ‘금융 구조개혁’ 기조와 맞물려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사의) 공공성이 너무 취약하다”며 “‘돈 버는 게 능사다. 그게 그 금융기관의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강경한 개혁 의지를 고려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건전 영업 행위와 탈세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여타 금융지주 및 대형 증권사로 순차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