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하면서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장중 1512원까지 치솟았고, 21일까지 4거래일 연속 1500원선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중 연 5.20%까지 치솟는 등 미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따른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더해진 영향이다. 이처럼 가파른 환율 급등은 고스란히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 21일 발표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맞물리며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1998년 2월 이후 28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무려 6.9% 급등했다. 수입 원자재와 중간재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반영된 생산자물가의 폭등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강력한 선행 시그널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한은의 전방위적인 물가 안정 기조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채권시장 역시 이러한 불안을 즉각 반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와 국내외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겹치며 국내 시장금리가 일제히 치솟았다. 1년 전 연 2.7% 수준에 머물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 연 4.20%선 안팎까지 뛰어올라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단기 지표인 3년물 국고채 금리 역시 연 3.75%선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채권 가격 하락에 배팅하는 대차거래 잔고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의 경계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시중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가계 부채 부실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실물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8일 개최되는 한은 금통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신현송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금통위다. 글로벌 경제학자 출신인 신 총재의 첫 통화정책 조율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현 기준금리인 연 2.50%에서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1500원을 넘어선 환율과 요동치는 생산자물가, 급등하는 국고채 금리를 그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매파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94%로 깜짝 실적을 기록함에 따라, 한은이 경기 둔화 부담을 덜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사이클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금통위원들의 소수 의견이 대두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경기 성장세 속에서도 외환시장 방어와 인플레이션 차단이라는 해법을 동시에 찾아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금통위가 내놓을 통화정책 방향과 메시지는 향후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