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지방이야기] 지방도 메시지를 보낸다…몸속 신호물질의 정체

지방은 조용히 쌓이기만 하는 조직처럼 보인다. 복부, 팔뚝살, 허벅지 군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 때문에 ‘줄여야 할 것’으로 먼저 인식된다. 하지만 몸속에서 지방조직은 꽤 바쁘게 움직인다. 에너지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역할뿐 아니라, 여러 신호물질을 내보내며 혈당, 식욕, 염증 반응, 면역 기능에도 관여한다.

 

지방이 몸에 보내는 대표적인 신호물질이 아디포카인이다. 아디포카인은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생리활성 물질을 뜻한다. 렙틴, 아디포넥틴, 레지스틴,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비만 상태에서 지방조직의 형태와 기능이 달라지고, 이 과정에서 아디포카인 분비 균형이 흔들리며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잘 알려진 렙틴은 식욕과 에너지 균형에 관여한다. 아디포넥틴은 인슐린 감수성, 지방산 산화, 염증 조절과 관련해 연구돼 왔다. 문제는 지방조직이 과도하게 커질 때다. 지방세포가 비대해지고 면역세포가 지방조직 안으로 몰려들면, 아디포카인의 균형도 달라질 수 있다. 이 변화가 혈당 조절과 만성 염증, 대사 건강에 영향을 주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지방조직이 보내는 ‘작은 택배’ 같은 존재도 주목받는다. 바로 세포외소포, 영어로 extracellular vesicles, EVs다. 세포외소포는 세포가 밖으로 내보내는 아주 작은 입자다. 그 안에는 단백질, 지질, RNA 같은 정보가 담길 수 있다. 2025년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Cell Reports) 리뷰 논문은 지방조직 유래 세포외소포가 지방조직 내부의 자가·주변 세포 신호뿐 아니라, 다른 장기와의 신호 전달에도 관여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즉 지방은 혼자 고립된 조직이 아니다. 지방세포, 면역세포, 혈관세포, 전구세포, 지방유래 줄기세포가 한 공간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 신호는 지방조직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혈류를 타고 간, 근육, 혈관 등 다른 장기와 연결될 수 있다. 지방이 대사 건강과 염증 반응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다.

 

지방유래 줄기세포도 함께 거론된다. 지방조직 안에는 지방세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유래 줄기세포와 여러 전구세포가 존재한다. 줄기세포 연구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세포가 직접 다른 조직으로 바뀌는 것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신호를 보내는 파라크린 작용이다. 지방유래 줄기세포가 조직 재생, 혈관 생성,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주요 방식으로 파라크린 신호 전달이 된다고 알려진 바 있다.

 

이처럼 지방은 단순한 저장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생물학적 조직이다. 지방흡입 시술로 추출한 지방유래 줄기세포가 재생의학 분야에서 연구되는 이유도 세포 자체뿐 아니라 세포가 분비하는 신호물질과 주변 환경 조절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지방유래 줄기세포와 세포외소포 연구는 가능성이 큰 분야지만, 검증되지 않은 효과를 환자에게 단정적으로 전달해서는 안 된다.채취, 분리, 보관, 활용 과정의 표준화와 안전성 검증이 전제돼야 한다.

 

글=채규희 365mc 노원점 대표원장, 정리=정희원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