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팔천피 고지를 재탈환하며 더할 나위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그만큼 국내 증시의 양극화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과 이에 대한 투자 열기가 불러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경이로운 숫자를 전광판에 찍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과 실적에 대한 기대가 조금만 흔들려도 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독주의 그늘…코스피 양극화
26일 금융당국등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74% 껑충 뛰어올라 대만(43%), 일본(21%), 미국(7%), 유럽연합(2%) 등 전세계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상승 랠리에 다시 불을 붙으면서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도 사상 처음 40조원을 넘어섰다. 종전 최고기록인 지난 2월 세운 32조2338억원을 3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문제는 이같은 코스피 불장의 온기가 시장에 고루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유 종목에 따라 성과가 크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코스피 상장 종목 948개 가운데 276개(29.1%)는 주가가 떨어졌다. 코스닥 상장 종목 1804개 중에서도 647개(35.9%)는 하락해 종목별 양극화 현상이 수치로 확인됐다.
중동 전쟁이란 파고 앞에서도 국내 상장기업들은 올해 1분기 꿋꿋하게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도체 독주 속 양극화의 그늘이 짙다는 것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역시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한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지수가 최근 2개월간 60.47% 상승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를 비롯해 제조(40.93%), 건설(32.44%) 업종만이 같은 기간 코스피 평균 수익률(31.46%)를 웃돌았을 뿐이다.
보험(24.93%), 기계∙장비(15.05%), 유통(12.54%), 금융(12.02%) 등도 두 자릿수 오름폭을 기록하긴 했으나,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운송장비∙부품(8.50%), 의료∙정밀기기(5.64%), 금속(3.85%), 통신(3.43%), 일반서비스(1.91%)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오락∙문화(-33.81%), 전기∙가스(-33.00%), 종이∙목재(-19.66%), 제약(-19.33%), 비금속(-10.90%) 등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운송∙창고(-9.27%), 부동산(-9.09%), 섬유∙의류(-6.74%), IT서비스(-5.93%), 증권(-3.16%), 화학(-2.46%), 음식료∙담배(-0.13%)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탈코스닥 움직임도
국민참여성장펀드의 인기몰이로 모처럼 코스닥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지수도 회복 조짐을 보이곤 있으나, 그간 코스피에 비해 거북이 걸음을 하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 올들어 해당 펀드 출시 전날인 지난 21일까지 코스닥은 19.5% 오르는데 그쳐, 코스피 수익률(85.5%)의 4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스피와 달리 최근 두 달 간 코스닥은 0.33%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전기∙전자(25.51%), 기계∙장비(17.80%), 금속(9.63%), 비금속(9.53%), 제조(4.67%), 유통(1.32%)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업종이 모두 파란불이 들어왔다.
불장에서 소외된 개미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은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빠져가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최근 한 달새 개인은 KODEX 코스닥150 상장지수펀드를 6593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TIGER 코스닥150(-2196억원), KoAct 코스닥액티브(-2145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088억원) 상품의 순매도 규모도 컸다.
◆AI 쏠림…더 가속화될 듯
증권가에선 개인의 증시 참여가 극대화되고, AI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도주의 기술적 부담으로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장의 시도(순환매)가 간헐적으로 나타날 순 있으나, 근본적 주도력이 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같이 밝히면서 “매크로의 압박으로 단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상승 추세가 쉽사리 꺾이진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국민참여성장펀드 수요에 올 하반기 물량 추가 공급 가능성도 점쳐진다. 후속 투자 기대가 확대되면 관련 중소형주 중심의 수급에 숨통이 더 트일 걸로 예상된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