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삼전닉스 공화국의 '천태만상'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경제부장

 

결혼과 마담뚜. 한때 ‘마담뚜’란 직업이 성행했다. 마담뚜는 프랑스어의 ‘마담’과 한국어의 ‘뚜쟁이’를 합친 말로, 지하 중매업자를 표현하는 단어였다. 

 

1976년 박완서 작가의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에 처음 등장해 널리 알려졌다. 주로 부유층이나 특수층을 상대로 남녀의 만남을 중개했다. 일반적인 중매를 알선하는 사람은 보통 ‘중매쟁이’라고 부른다.

 

과거 ‘남녀칠세부동석’ 가치관이 지배하던 시절엔, 이들이 결혼 시장을 주름 잡았다. 최근에는 결혼정보 업체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조건이냐, 사랑이냐’라는 결혼의 영원한 테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위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사자 대열에 새로운 강자가 합류했다. 바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고액 성과급 기대감이 커지면서 배우자감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삼성전자 직원의 ‘배우자 지수’를 기존 84점에서 87점으로 상향 조정했다. 배우자 지수는 <사회·경제적 능력+신체적 매력+가정 환경>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결혼 조건 점수을 말한다.

 

해당 지수에서 3점 상승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한다. 전통적 전문직인 변호사(90점) 등급에 준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매칭 거절률이 줄고 성공률이 높아지는 등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결혼정보회사도 “연봉·성과급으로 안정적 삶을 빨리 꾸릴 수 있고, AI에 대체될 위험도 적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배경에는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성과급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막대한 보상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까지 올려주며 ‘신데렐라 신드롬’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노사 합의에 따라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황 호조가 3년가량 이어질 경우, 직급에 따라 20억∼30억원 수준 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먼저, 돈 냄새를 맡은 부동산 시장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있는 이른바 ‘반도체 벨트’의 인근 상권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사업장행 셔틀버스 노선 주변 지역인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이 수혜 지역으로 뽑힌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용인 수지와 수원 영통, 화성 동탄 등 경기 남부권은 물론이고, 송파·강남 등 서울 동남권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로 주식으로 얻은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가가 1만원 오를 때 약 130원(자본이득의 1.3%) 상당만 소비로 이어졌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은 주가가 오르면, 자본 이득 3~4% 정도가 소비에 쓰인다. 그러나 한국은 1.3%에 불과해 주식 자산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 이득 70%를 부동산으로 옮기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서울 주택 매매의 자금 출처 조사에서 주식 매각 대금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셔세권 인근 백화점들의 1분기 매출은 급증했고 수입차 문의도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전닉스’의 승전보는 당연히 축하 받을 만한 경사다.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반도체 호황 속에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축이었던 석유화학·철강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정성 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과연 공정한가?”라는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더 크고 절박한 목표를 향해 기업의 기본을 지켜야 할 때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흔들리지 않는다. 정부도 반도체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펼쳐야 한다.  

 

우리 속담에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란 말이 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걸. 우리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기자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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