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금융권 품으로…디지털자산 선점 본격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네테로 다이 OKX 글로벌 마켓 총괄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정철호 컴투스홀딩스 대표(왼쪽부터)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진행된 코인원 투자 유치 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인원 제공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네테로 다이 OKX 글로벌 마켓 총괄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정철호 컴투스홀딩스 대표(왼쪽부터)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진행된 코인원 투자 유치 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인원 제공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지형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제도권 금융의 변방에 머물렀던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대형 금융그룹의 막강한 자본력 및 플랫폼과 결합하며 주류 금융권 진입을 눈앞에 둔 것이다. 최근 대형 금융사들과 주요 거래소 간의 지분 투자 및 인수 논의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것은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등 차세대 디지털 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투·미래에셋·하나금융…가상자산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

 

31일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은 지난 29일 한국투자증권 및 글로벌 벤처캐피털 OKX벤처스, 컴투스홀딩스와 전략적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는 코인원 지분을 각각 20%씩 취득하며 공동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기존 최대주주인 차명훈 코인원 대표(30.36%)와 컴투스홀딩스(24.54%)는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되, 대형 증권사의 자본과 준법감시 역량을 수혈받아 제도권 안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권 전반에서 포착된다.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 등을 통해 국내 최초 가상자산거래소인 코빗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며 디지털 자산 전담 라인업을 강화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하나금융그룹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굳건히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데 이어 실명계좌 제휴 등 고도화된 금융 서비스 연계를 모색 중이다. 

 

빅테크 기업과의 결합 시도도 구체화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인프라와 네이버의 결제·커머스 생태계가 연결되는 구조가 된다.

 

◆증권사는 ‘상품화’, 은행은 ‘수탁·결제’…시너지 효과 노려

 

금융권이 이처럼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업종별로 명확한 포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증권업계는 제도화가 임박한 토큰증권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등 유무형의 자산을 분할해 발행하는 토큰증권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가상자산거래소가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력과 유동성 공급 능력이 필수적이다.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거래소의 인프라를 활용해 차별화된 혁신 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가상자산 기반의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조기에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가상자산시장이 제도권화될수록 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신뢰도 높은 결제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거래소와의 연계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망을 구축하는 한편, 대규모 디지털 자산 수탁 업무를 선점해 새로운 비이자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플랫폼 결제망 확장을 노리는 빅테크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가상자산거래소는 디지털 금융 영토 확장을 위한 필수 교두보로 부상했다.

 

◆제도권 결합 가속화…디지털 금융 신시장 열린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합이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체계가 대형 금융사들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상향 평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규제 환경이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전통 금융의 리스크 관리 노하우와 거래소의 IT 혁신 기술이 융합되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금융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특히 대형 금융사가 보유한 막강한 자본력과 고도화된 브랜드 신뢰도가 가상자산거래소의 기술적 유연성과 결합함에 따라, 향후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을 필두로 한 디지털 자산의 대중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전통 금융권의 자금력을 흡수한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미래 금융 시장의 패러다임을 재편하는 결정적인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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