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1950년대부터 투표했다우”… 110세 어르신부터 고3 학생까지 ‘소중한 한표’

광주 동구 최고령 유권자인 110세 김정자 옹(왼쪽)이 3일 광주 동구 계림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 동구 최고령 유권자인 110세 김정자 옹(왼쪽)이 3일 광주 동구 계림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3일 전국 1만4428곳 투표소에서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가 이뤄지는 가운데 오후 2시 현재 투표율은 48.9%로, 4년 전 지선 동시간대 투표율(40.7%)과 비교하면 8.2%포인트(p) 높다. 투표율은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투표(23.51%)와 거소투표가 반영된 수치로, 전체 유권자 4464만9908명 중 2183만2984명이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느긋하게 투표를 마친 만큼 유권자의 모습도 다양했다. 광주 동구 계림1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한 도자기 판매점에서 투표를 마친 110세 김정자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역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 빠짐없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통령선거는 1948년 시작됐으나 이때는 제헌 국회의원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진 간접선거였고, 1952년 2대 선거부터 국민 직선제로 진행됐다. 다만 1960년 4대 대선과 8~12대 대선(1972~1981년)도 간선으로 진행되는 등 국민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1950년대부터 대선과 지선에 참여한 김 옹은 “110살인 나도 왔으니 국민들이 빠짐없이 투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106세 김계순 할머니가 60대 딸의 부축을 받고 완산구 삼천3동 투표소를 찾았다. 몸이 불편해 스스로 기표가 어려웠던 할머니는 공정한 투표를 위해 참관인 2명의 조력을 받아 투표를 마쳤다. 그러면서 “걷기 힘들고 숨은 차지만 이 나이에 투표하러 온 만큼 당선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 고등학생도 눈에 띄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흥덕고등학교에 마련된 복대1동 제7투표소를 찾은 18세 고교 3학년 이모 양은 “첫 투표여서 설레고 긴장돼 부모님과 함께 나왔다”며 “후보들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집값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 선거권은 선거일 기준 18세 이상 국민에게 주어진다.

 

지난달 29일 대구 달서구 영남고 체육관에 마련된 상인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영남고 3학년 학생들이 투표확인증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대구 달서구 영남고 체육관에 마련된 상인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영남고 3학년 학생들이 투표확인증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또 다른 이유로 생애 첫 선거를 치른 케이스도 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호티빗응억 씨는 2022년 한국인과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지난 3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날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군남초 투표소에 남편과 함께 방문한 그는 “난생 처음 투표에 참가했고, 남편과 선거 공보물 등을 꼼꼼히 읽으면서 표를 줄 후보를 정했다”며 “투표를 했더니 비로소 한국 국민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홉 다둥이 가족도 투표에 임했다. 충북 영동군 심천면 복지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이인수-안재선 씨 부부는 아홉 자녀 중 투표권을 가진 3명이 아들·딸과 함께 투표를 마쳤다. 이 씨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다섯 식구가 서둘러 투표장을 찾았다”며 “내년에는 넷째도 성인이 돼 앞으로 투표 인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쓴 훈장 유권자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충남 논산시 연산초 투표소를 찾은 유복엽 양지서당 큰 훈장과 가족들이었다. 아들 유정욱 훈장은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에 큰 도움이 될 분들이 당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표에 임했다”며 “국가 미래를 바라보고,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도록 두루 살피는 정치를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투표를 하기 위해 배를 타고 온 유권자들도 있다. 강원 화천군 파로호 인근 동촌1리4반 주민 2명이다. 이들이 사는 마을은 1940년대 화천댐 건설 이후 육로가 끊기면서 ‘육지 속 섬마을’이 된 오지다. 이 주민들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화천군이 지원한 행정선을 타고 약 30분간 이동해 선착장에 도착한 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약 30분 거리의 풍산초 투표소를 찾은 강행군 속에 투표를 마쳤다. 79세 권모 할머니는 “60여년 동안 단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다”며 “최근에 다리를 다쳐 몸은 불편하지만 소중한 권리인 만큼 꼭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투표소에서 아기가 아빠 품에 안겨 기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3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투표소에서 아기가 아빠 품에 안겨 기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