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금융위기 후 최고치에 금융권 비상…‘1600원 돌파’ 시나리오 점검

원·달러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한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은행 환전소 모니터에 달러 원화 구입가가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한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은행 환전소 모니터에 달러 원화 구입가가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550원을 넘어서자 금융권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일부 시중은행은 환율이 1600원선까지 치솟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위기 대응 계획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이날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외환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그룹 차원의 방어 전략을 논의했다. KB금융은 환율 급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자본·시장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계열사별 대응 현황을 점검했다. 특히 외화환산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외환 포지션을 조정하고 선제적인 환헤지에 나섰다.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자 다른 금융사들도 각자 마련한 위기 단계에 맞춰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9일 리스크관리그룹장 주관으로 위기관리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위기 상황을 총 4단계(주의-경계-위기징후-위기)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는 ‘주의’ 단계를 발령 중이다. ‘경계’ 수준으로 격화되면 즉시 위기대응반을 소집하게 된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매주 위기관리협의를 열어 주요 통화의 환헤지 상태를 점검하고, 환율 상승이 자본적정성에 미치는 타격을 줄이기 위해 자회사들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주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4일 일찌감치 그룹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열고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현황을 점검했다. 하나금융은 환율과 금리의 동반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산 운용 기조를 보수적으로 전환하는 한편 유동성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환율이 1600원을 돌파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맞춘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해 둔 상태다. 특히 우리은행은 환율이 1300원에 진입했던 지난 2022년부터 위기관리 전담 조직을 가동해 왔으며, 자본 및 유동성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상시 대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1원 오른 1555.2원에 출발해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반납했다. 최종 4.1원 내린 15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환당국은 “최근 외환시장의 환율 상승은 수급 요인 외에도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등 일부 투기적 거래가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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