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대신 월세…비아파트 세입자 ‘주거비 쇼크’

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이어지면서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고액 보증금을 맡기는 위험은 줄었지만 세입자가 매달 부담해야 하는 고정비는 늘어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66.8%로 전년 동월보다 7.6%포인트 상승했다. 빌라와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80.1%로 아파트 50.5%보다 29.6%포인트 높았다. 비아파트 임대차 계약 10건 중 8건가량이 월세나 반전세로 체결된 셈이다.

 

비아파트 월세화의 배경에는 전세사기 이후 커진 보증금 반환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세입자는 보증금을 낮춰 위험을 줄이고, 임대인은 향후 돌려줘야 할 보증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월세 전환이 세입자의 주거비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는 목돈이나 대출이 필요하지만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면 월세는 임대료가 매달 소득에서 빠져나간다. 관리비와 공공요금까지 더하면 체감 부담은 더 커진다.

 

이 같은 충격은 청년 1인가구에 집중되고 있다. 취업한 만 19~34세 청년 1인가구 232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월평균 주거비는 약 48만6000원,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평균 16.5%였다. 수도권 거주자는 다른 지역보다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청년층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와 오피스텔에 주로 진입하지만 전세시장 위축으로 선택지가 보증부 월세나 순수 월세로 좁아지고 있다. 보증금 사고를 피하려 월세를 택하더라도 매달 지출이 늘어 저축과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월세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의 임대료 상승분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월세 지원과 함께 임대인의 체납·채무 정보 공개, 전세보증 가입 확대, 공공임대 공급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기피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며 “월세화가 계속되면 자산과 소득이 적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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