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과 인공지능(AI) 고도화에 따른 새로운 보안 위협 등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달 초부터 일제히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3~4일 가장 먼저 하반기 전략 회의에 돌입하며, KB금융 10~11일, 우리금융은 16일과 17일 중 바통을 이어받는다. 상시적으로 경영전략회의를 진행하는 하나금융은 별도의 회의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번 하반기 회의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다뤄질 공통 과제는 고환율에 대한 대응책이다. 올해 2분기 들어 원·달러 평균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금융그룹 전반의 경영 환경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금융사의 자본 적정성 지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가치가 커지면,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산출할 때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RWA)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CET1 비율은 13.41%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0.09%포인트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은행의 전통적인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 비은행 부문의 어깨가 무겁다. 최근 투자 자금이 증시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이 자금을 그룹 내에 묶어두기 위해 증권 및 자본시장 부문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주사들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자산 건전성 관리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기업대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다, 제2금융권 및 증권사와의 수신 경쟁으로 자금 조달 비용까지 뛰고 있어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에 따른 신용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금융권은 정부 기조에 발맞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금융 생태계의 인공지능 전환(AX)을 가속화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 관계자는 “올 하반기는 고환율이라는 거시경제적 압박과 AX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변화가 동시에 맞물린 유례없는 시기”라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