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가는 韓·日 환율…불안 언제 끝나나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50원을 넘어선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50원을 넘어선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의 금리 차이와 글로벌 강달러 돌풍 속에서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마치 쌍둥이처럼 나란히 추락하고 있다. 특히 역대급 ‘슈퍼 엔저’에 발목 잡힌 원화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슈퍼 엔저’에 동조화되는 원화…장중 1560원 코앞 

 

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60원 부근까지 상승했다. 전 거래일 대비 0.4원 상승한 1549.8원으로 출발해 1553.0원을 터치한 후 오전 10시 18분쯤 1559.2원까지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최종 5.5원 오른 1554.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외부 요인은 일본 엔화의 기록적인 폭락이다. 같은 시각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62엔을 넘어서며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에 최저치(엔화 가치 하락)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경쟁국이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시아 신흥국·준선진국 포트폴리오로 묶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 가치도 함께 하락하는 ‘동조화(Coupling) 현상’이 뚜렷해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엔화와 원화의 환율 상관계수는 0.95에 달할 정도로 두 통화가 사실상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 달러의 독주 속에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이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원화 역시 방어선이 무너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외인 엑소더스와 인공지능(AI) 패권이 부추긴 ‘고환율 뉴노멀’

 

지금의 환율 불안이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변화, 즉 ‘고환율 뉴노멀(New Normal)’의 서막일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독주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미국 본토에 집중되면서 글로벌 자본이 미국 기술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37 선을 기록하며 견고한 하방경직성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최근 3개월 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약 75조원에 달한다.

 

달러 강세에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린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달러 강세에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린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역외 자본을 중심으로 한 달러 매수세가 워낙 강하게 유입되다 보니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물량이 나와도 상단이 쉽게 꺾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국내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 열풍과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까지 겹치면서 하방 경직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엄 패스파인더 단장은 “과거 아베노믹스 이전 100엔당 16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이 현재 940원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일본의 관세 및 환율 경쟁력에 밀리지 않기 위해 원화도 엔화를 따라 약세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착수했다”고 진단했다. 

 

◆환율 불안 언제 끝나나…하반기 정책 변수가 분수령

 

이제 시선은 ‘이 불안이 언제쯤 멈출 것인가’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1600원대 일시적 과도한 상승(오버슈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올해 하반기 이후 전개될 정책적 이벤트들이 환율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더디고, 일본 당국의 실물 시장 개입 경계감만으로는 엔저 흐름을 완전히 돌려세우기 어렵다”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대내외 수급 불안 속에 변동성이 매우 높은 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한국 국채의 세계정부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채권 자금의 순유입 전환과 한·미 재무당국의 공동 구두개입 등은 환율 상단을 방어하는 확실한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단기 변동성 확대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연간 평균 환율은 1400원대 후반에서 1500원대 초반 선에서 서서히 하향 안정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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