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과 전쟁] 30만원 빌렸는데, 일주일 후 50만원 내놔…연 3476% 이자폭탄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 카드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뉴시스 제공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 카드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뉴시스 제공

 

 “비대면 불법사채∙사금융은 교묘하게 짜인 덫입니다. 만약 (덫에) 걸려들었다면 돈을 더 구해서 갚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고, 즉시 신고하세요” 

 금융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민간에서 힘쓰는 전문가들이 불법 사채 피해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돈을 더 마련해 주는 건 오히려 더 잔혹한 추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피해자로부터 돈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끝없는 협박을 통해 이자, 연체비, 공증비 등 온갖 명목으로 갈취를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경찰,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서 업자 1500명 넘게 적발

 

 그렇다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불법 사금융이란 독버섯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퍼져 있는 것일까.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적으로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에 나서 1284건을 적발, 1553명에 달하는 업자를 붙잡았다. 검거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5%, 검거 인원은 19% 늘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999명(52%)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어 40∼50대(38%), 60대 이상(7%) 순으로 나타났다.

 

 범죄 유형은 미등록 대부(중개)업 운영, 법정이자 한도(연 20%)를 넘는 고리사채, 폭행∙협박∙감금 등을 동반한 채권 추심, 휴대전화깡∙미등록 개인간 거래∙기관 사칭 등을 통한 불법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대출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담보로 잡고 변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를 이용해 불법 추심에 들어가는 사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단속망이 좁혀오자 옷을 갈아입은 신종∙변종 불법 사금융은 온라인∙소셜미디어(SNS)를 무대삼아 계속 활개를 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불법 사채시장이 고금리 수취와 물리적 불법 추심에 머물렀다면,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한 현재의 시장은 대출의 탈을 쓴 조직적 사기 집단화됐으며, 보이스피싱과 단단히 결합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낮은 진입 장벽과 고위험∙고수익 구조가 무너진 점도 불법 사금융 공급망이 점점 대형화되는 이유다. 온라인∙비대면 영업으로 사무실 없이 대포폰과 대포통장 만으로 손쉽게 불법 대부업에 진입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 계정을 사용하면서 적발 우려도 낮아졌다. 

 

 최근엔 변종 불법 사채인 상품권 예약 판매수법도 등장했다. 이는 소액의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해준 뒤 상환 시점엔 더 큰 금액의 상품권으로 돌려받는 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다.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짜리 상품권을 받는 것인데, 이를 연이자로 환산하면 무려 3476%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유오피스를 빌려 대부업 등록한 뒤 등록증을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넘기는 영업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불법 사금융의 숨겨진 구조는 이렇다.

 

 대출중개 플랫폼에서 광고하는 업체로 문의하더라도 등록된 번호로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부결 처리한다. 이후 수집한 데이터베이스(DB)를 불법업자에게 건당 몇 만원에 팔아넘기거나 대포폰으로 접근해 올가미를 씌운다.

 

◆불법 사금융 이동 저신용자 최대 6만여명 달해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데다 당국의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정식 대부업체에서도 밀려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이자를 감수해야 하는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서민금융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도권 금융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돌아선 저신용자가 적게는 2만9000명, 많게는 6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의 불법 사금융 이용 금액은 약 3800억~79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응답자의 약 60%가 1년 기준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부담했다. 연 1200% 이상의 금리를 지급하는 비율도 약 17%나 됐다.

 

 특히 20~30대의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해 봤다는 청년층 응답률은 2022년 7.5%에서 2023년 9.8%, 지난해 10.0%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가 생활비 마련이나 기존 금융권 부채를 돌려막기 위해 온라인∙소셜미디어 검색을 통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도박 중독자 전용 대출이 있을 만큼, 관련 사채의 수요도 나날이 커지는 추세로 알려졌다. 

 

 전국금융범죄피해 시민연대는 “‘신용점수가 낮다, 보증용이다’란 이유 등으로 가족이나 친구, 지인, 직장 등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건 숨통을 쥐고 흔들 인질 목록을 미리 수집하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요구 시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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