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흐름과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6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인상이 실현되면 한은은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간 이어온 동결·완화 기조를 깨고 본격적인 긴축 재개를 알리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이번 조치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 내에 연달아 금리를 올리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목표치 넘긴 물가·환율 불안…3년 반 만에 긴축 사이클 재개 유력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16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심의·의결한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현 연 2.50%인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와 실물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금통위에서도 “물가 안정을 확신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실기하지 않고 금리를 조절해야 한다”고 시사하면서 사실상 이번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3년 반 만에 긴축 재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결정적인 배경은 목표 수준을 웃도는 전방위적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를 크게 넘어선 2.6~2.7% 수준을 보이며 고물가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경기 회복세가 2.6% 수준의 강한 성장세를 견인하면서 근원물가 상승 압력 또한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여건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변동성이 커진 고환율은 국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결돼 국내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를 연 3.50~3.75% 수준에서 긴축 기조를 예상보다 길게 가져감에 따라, 한·미 간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과 외환시장 변동성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국내 금융안정 상황도 긴축 재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이에 연동된 가계부채 증가세 역시 한은이 설정한 위험 수위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비용 부담을 늘려 내수 타격을 감수하더라도, 가계대출 폭발과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한 ‘매파적 처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 “하반기 추가 인상 미리 대비해야”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상 여부 뿐만 아니라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시점과 속도에도 주목한다. 한은이 하반기에 연달아 금리를 올리는 연속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물가상승률과 환율 변동성은 한은이 동결로만 대응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뜻”이라며 “반도체 경기 회복이 국내 성장률을 받쳐주고 있는 만큼, 한은은 경기 둔화 우려를 덜고 당분간 물가와 금융안정에만 집중해 연내 최소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는 추가 인상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상무 역시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윤 상무는 “국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이상 과열과 그로 인한 가계부채 누증은 한국 거시경제 전반의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구조적 위험 요인”이라며 “한은이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명확한 매파적 시그널을 시장에 발신하며 통화 긴축 사이클의 재개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 내에 최종 기준금리가 연 3.00%에서 최대 3.25%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될 시나리오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