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국세수입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맞춰 총지출 규모도 올해보다 10% 이상 대폭 늘려 잡기로 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7년도 예산안 편성 및 중기 재정운용방향’을 발표했다.
◆국세수입 500조원·총지출 800조원 이상 ‘사상 최대 규모’
박 장관은 반도체 호황과 인공지능(AI) 혁명에 따른 경기 반등으로 내년 국세수입이 당초 전망치였던 412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 규모인 5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러한 역대급 세수를 바탕으로 내년 총지출 규모를 올해 본예산보다 최소 10% 이상 늘려, 사상 최대 규모인 800조원 이상 편성할 계획이다.
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재정건전성 관리 방안도 명확히 했다. 박 장관은 “정부는 단순한 양적 확대를 지양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수준 이내로 철저히 통제하는 등 ‘지속 가능한 재정건전성’을 재정 운용의 최우선 보루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3대 메가 프로젝트’에 과감한 투자
정부는 대규모 추가 세수를 일회성으로 소진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인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미래대응기금은 단년도 예산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다. 이 기금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청년세대 생애주기 지원 ▲지방 주도 성장 ▲지역 인재 육성 등 4대 중점 분야에 집중적으로 적립·투자돼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실질적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예산을 최우선 투입한다.
특히 대규모 전력과 용수 인프라가 필수적인 AI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에너지 혁신 인프라 투자를 대폭 강화한다. 아울러 호남과 용인을 잇는 ‘K-반도체 성장거점’을 확고히 다져 첨단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이번에 확보된 소중한 세입을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아, 대한민국 미래 20년을 준비하는 담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무지출의 근본적 체질 개선…교육교부금 및 기초연금 제도 개편
정부는 대규모 재정 투자와 건전성 확보를 모두 잡기 위해 경직성 의무지출의 구조 자체를 과감하게 손질하기로 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비효율의 원인으로 지적받아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착수한다. 교육세 재원을 고등·평생교육뿐만 아니라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및 늘봄학교 등 국가 돌봄 체계 확립에 탄력적으로 쓸 수 있도록 용도를 전환할 방침이다.
또한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초연금 제도 개편도 본격화한다. 현행 일률적인 지급 방식에서 벗어나 노인 빈곤율 완화와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맞춤형 구조개혁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세수가 늘어난 지금이야말로 수십 년간 굳어진 비효율적 의무지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과감한 지출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