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손보험 누수 방지와 재정 안정화를 위해 세대 전환을 추진 중인 가운데 새롭게 도입된 5세대 실손보험이 시장의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모으고 있다. 현장에서는 과잉진료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보장 축소로 인한 소비자 반발과 낮은 전환율이 한계로 공존한다며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14일 학계 전문가들에게 5세대 실손보험의 현황부터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해 물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5세대 실손보험의 초기 성과에 대해 다소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중증 질환 보장은 넓히고 경증 외래 진료 보장은 좁힌 5세대의 특징을 짚으며, 이 교수는 “제도 취지 자체는 타당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도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출시 한달 만에 약 7000건의 전환이 이뤄졌지만, 전체 1~4세대 실손 가입자가 약 4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의미 있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교수는 단순한 전환 건수보다 ‘누가 이동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세대 가입자의 경우 일정 시점이 되면 전환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전환 실적 자체의 의미가 크지 않다”며 “정작 중요한 것은 보험사들이 전환 대상으로 삼고 있는 1·2세대 가입자들이 얼마나 5세대로 이동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교수는 실손보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가입자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20~40대를 겨냥한 생활밀착형 보장과 단기·특화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탈모 치료 보장처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요를 반영해야 가입자 유입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간병, 돌봄, 고령자 생활 지원 서비스와 연계된 보험 상품 등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 보험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입자 유인을 위한 상품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현장에서는 5세대 실손보험의 높은 자기부담률이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경재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5세대 실손보험의 높은 자기부담률은 과잉진료 억제와 보험 재정 안정화, 보험료 인하를 위한 정책적 선택”이라면서도 “다만 소비자 체감과의 괴리가 커 초기 시장 수용성은 낮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이 교수는 오는 11월 정부가 선보일 선택형 할인특약과 계약전환 제도를 시장 분위기를 바꿀 분수령으로 꼽았다. 그는 “11월 도입 예정인 할인특약 등은 소비자에게 보험료 절감 효과를 직접 체감하게 해 전환을 촉진할 수 있다”며 “다만 실질적인 혜택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되느냐가 향후 기폭제 역할을 가를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5세대 실손보험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구조적 보완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자기부담률의 합리적 조정, 급여·비급여 구분 명확화, 표준 진료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와 함께 소비자 교육과 홍보를 통해 제도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사회적 도덕적 해이 근절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험회사 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만 모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꼭 필요할 때 진정한 보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주희·주다솔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