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경쟁력을 세계 2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독자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과 컴퓨팅 인프라 확충, 보안 AI 고도화, 공공 AI 서비스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제 평가기관 기준 우리나라 AI 경쟁력이 현재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오는 8월 AI 모델 2차 평가에서 2위권 진입을 기대하고 있으며, 12월 발표되는 3차 평가에서도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고성능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최근 미국이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국가 전략기술로 판단해 접근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독자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배 부총리는 “대한민국도 최고 수준의 프론티어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GPU 1만 장 수준의 컴퓨팅 자원이 확보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기업에 지원되는 GPU는 B200 기준 700여 장 수준으로, AI 개발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AI 기술을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안보 역량으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존 독자 AI 모델에 보안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킨 보안 특화 AI 모델을 연내 선보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프론티어급 보안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AI 기반 사이버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자체 보안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범용 모델과 산업별 특화 모델을 병행 개발한다. 제조 현장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한편 대규모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산업 환경을 고려해 범용 모델을 기반으로 적은 양의 데이터만으로도 현장 적용이 가능한 체계를 3년 안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와 AI 모델,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한다.
정보보호 분야에서는 화이트해킹 제도 법제화도 추진한다.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 중인 침투 테스트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합법적인 보안 점검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이 직접 활용하는 AI 서비스도 확대된다. 정부는 연내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결합한 ‘모두의 AI’를 출시하고, 2027년까지 ‘1인 1 AI 에이전트’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진국과 AI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AI 생태계에 대응하는 협력 기반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양자컴퓨터와 AI 바이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 전략기술 분야의 ‘K-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연구개발(R&D) 제도도 손질한다. 연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연구 과정의 성과가 인정되면 후속 연구를 지원하는 ‘실패의 자산화’ 제도를 도입하고, 연구과제 평가와 연구비 관리에도 AI를 적용해 연구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업무보고는 개별 사업보다 AI 경쟁력의 기반인 컴퓨팅 인프라와 독자 모델 확보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AI 세계 2위 목표 역시 기술 개발 자체보다 GPU 확보와 데이터 축적, 연구개발 생태계 개선이 실제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