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법인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김모(27)씨는 최근 신입 채용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대형 법인은 물론 중소형 사무소까지 인공지능(AI) 툴을 실무에 전면 도입하면서 구직 문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신입이나 인턴을 뽑아 시키던 정산, 서류 검토, 데이터 정리 같은 업무를 AI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며 “가르쳐서 써야 하는 신입 공고 자체가 씨가 말랐다”고 토로했다.
올해 2분기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한 실업자가 48만명을 넘어서며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AI 도입 가속화와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려는 20·30대 청년층이 고용 한파 직격탄을 맞고 있다.
19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3만9000명 늘어난 4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기준 코로나19 초기였던 2021년(52만1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전체 대졸 실업자 중 20대(17만9000명)와 30대(13만명)가 차지하는 비중이 64.2%에 달해 청년층의 고용 절벽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실업률 역시 상승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률은 3.0%를 기록했고, 특히 20대 대졸 실업률은 8.3%로 0.6%포인트(p) 상승하며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과거에 한 번도 취업해 본 적이 없는 ‘첫 구직자’들의 실업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2분기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5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7000명 늘며 2019년 이후 7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이 중 20대가 4만8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수시 채용 및 경력직 선호 경향과 함께, 급속도로 진행 중인 AI 도입 가속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회계·법률 등 전문직 영역이나 사무·서비스직에서 AI가 기초 업무를 대체하며 청년층의 진입 장벽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의 AI 도입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6월 대외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도입률은 현재 약 6% 수준에서 10년 후 50%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미국(48%)과 영국(47%) 등 주요 7개국(G7)을 제치고 가장 높다.
이러한 AI 전환에 따른 고용 위축은 이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AI 노출도가 높은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올해 2분기에만 8만8000명 감소하며,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제조업 고용마저 얼어붙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황 호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9만7000명 줄었다. 이는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제조업 고용 시장은 무려 8개 분기 연속 감소세라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의 고용 전망도 어둡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19만명)에 못 미치는 15만명 선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 역시 고용 둔화의 배경으로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구조적 변화와 함께 산업 전반의 AI 도입 확대를 지목했다. 결국 AI 전환이 가져온 채용 시장의 보수주의와 거시경제적 악재가 겹치면서,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려는 대졸 청년층의 구직난은 장기화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