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친목 도모, 정보 탐색과 같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청소년의 마약, 학교 폭력을 부추기고 미디어 과몰입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호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이 청소년 SNS 규제책을 실행한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만 14세 미만의 SNS 가입 제한을 넘어 과몰입을 낮추기 위한 플랫폼의 서비스 설계까지 폭넓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 산업 혁신의 균형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29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따르면 정부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의 청소년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업무계획 보고에서 청소년 보호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단계별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맞춤형·단계별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청소년들이 직접 정책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며, 이미 국회에도 약 7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이용자 연령 확인 의무화 ▲만 14세 미만 가입 제한 ▲만 19세 미만 이용자에 대한 무한 스크롤·맞춤형 추천 기능의 기본 제공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만 14세 미만도 부모 동의 시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면서 부모의 교육권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절충안이다. 부모 동의를 어떻게 확인할지, 플랫폼에 어떤 연령 확인 의무를 부과할지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대형 플랫폼들은 이미 자체 약관을 통해 국내 만 14세 미만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어 연령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에 기인한 초개인화 추천, 자동 재생, 무한 스크롤 등 기능을 억제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해당 기능들은 이용자의 SNS 체류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얻게 하는 원동력으로,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크다.
정부는 사업자의 보호조치 이행 의무도 강화할 방침이다. 매출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청소년 보호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유해 정보 차단과 보호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과도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을 제한한다는 지적과 함께 플랫폼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이날 MBN ‘프레스룸’에 출연해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연령 확인 의무화나 만 14세 전후 가입 시 부모 동의 제도 등 방안은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플랫폼이나 앱의 서비스 디자인이 이용자의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관련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은 중독적 설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체육·예술 활동을 확대하고 과도한 입시 경쟁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등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청소년의 SNS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며 사회적인 합의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규제책을 마련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SNS가 급속도로 퍼진 2008년 전후로 무방비로 방치된 아이들이 늘었다”며 “청소년들이 현실 세계가 아닌 SNS라는 가상 공간에서 놀다 보니 기본적인 인간 관계, 해결 능력 등을 기르지 못해 우울증, ADHD 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앱에서 보내는 알람이나 좋아요, 클릭 수 등 청소년을 중독시키는 요소가 다양하다”며 “이를 통해 체류 시간을 확대해 광고료를 모으는 것이 플랫폼의 의도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청소년 SNS 이용 규제에 대해선 어느정도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플랫폼 기업의 협조 없이는 통제가 어려운 만큼, 해외처럼 과징금 제도 등을 통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