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공동 집회에 나선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부터 공공기관 이전 계획의 윤곽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가능성을 둘러싼 금융권의 반발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11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 의사당대로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세 노조가 국책은행 본점 이전 문제를 두고 공동 집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노조는 모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이다. 이번 집회에는 3개 은행 조합원 약 2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회는 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뒤인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에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국책은행들의 거취도 다시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차 이전을 위한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8~9월쯤 관련 계획의 윤곽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 기관과 지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방 이전 논의의 중심에 서 있다. 부산시는 지난 2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을 포함한 기관들을 이전 희망 대상으로 정부에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과거에도 부산 이전이 추진됐지만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산업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제 이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노조 역시 2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본점 이전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노조 측은 국책은행 본점의 지방 이전이 정책금융 수행 역량과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주요 반대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 부처와 금융회사, 국내외 투자기관 등이 서울에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정책금융기관의 본점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정부와 금융당국 간 정책 공조나 기업 금융지원 과정에서 업무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11일 집회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도 참석해 연대사를 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비씨카드 노조위원장과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을 지낸 노동계 출신 인사다.
국책은행의 2030세대 직원들도 직접 연단에 오른다. 젊은 직원들이 지방 이전 논의 과정에서 느끼는 우려와 정책금융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지방 이전 반발은 국책은행에 그치지 않고 있다. 앞서 NH농협 노조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에 반대하며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가까워질수록 금융권 노조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지역에서는 금융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공기관 이전을 지역 균형발전과 금융산업 육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정부의 이전 계획이 구체화할수록 금융권과 지역 간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