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 중반까지 대폭 올려잡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고용과 내수, 지역 경제 전반으로 고르게 퍼지지 못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온기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3.2%로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7%에서 2.2%로 0.5%포인트 올렸다.
KDI는 올해 상향폭 0.7%포인트 중 약 0.6%포인트가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등 관련 파급효과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성장률 3.2% 전체를 놓고 봐도 절반 이상을 반도체가 견인한 셈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역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3.5%로 1.0%포인트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 2월(1.8%) 전망치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높인 수치다.
무디스는 한국의 첨단 메모리 공급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칩 수요는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의 고급 메모리 공급업체를 현실적으로 대체할만한 기업은 제한돼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적어도 2027년 중반까지는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 착시로 인한 체감 경기 부진은 과제로 남았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직전 전망치보다 6만명 줄어든 11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반도체가 호황임에도 전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데다 비반도체 업종의 채용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수요 사이클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향후 실물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 반도체 호황이 기회인 동시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괴리는 지역 경제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수출액은 2755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06억4000만 달러(57.5%) 급증했다. 경남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수출이 늘며 외형상 성장세를 보였지만, 반도체와 특정 지역 쏠림에 따른 착시가 뚜렷했다.
수출 반등을 견인한 것은 사실상 반도체 단일 품목이었다. 메모리반도체 수출 증가액만 721억9000만 달러로 전체 증가분의 71.7%를 차지했다. 여기에 컴퓨터 주변기기 증가액(106억3000만 달러)까지 더하면 정보기술(IT) 관련 두 품목의 비중이 전체 증가분의 82.3%에 달했다. 기타 석유제품 증가는 27억1000만 달러 늘었다.
품목 편중은 고스란히 지역 간 양극화로 이어졌다. 반도체 생산 기지가 집중된 경기와 충남이 전체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반면, 두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시도의 수출 증가액 합계는 154억 달러로 전국 증가분의 15.3%에 불과했다.
울산의 경우 39억5000만 달러에 머물렀고, 전남(33억3000만 달러), 충북(25억3000만 달러), 서울(21억5000만 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경기와 충남을 제외하면 수출 증가액이 40억 달러를 넘긴 시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