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휴가철 여객 수요와 정보통신업 실적까지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9.6으로 전월보다 1.1포인트(p) 상승했다. 2022년 9월(102.0)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산업 CBSI는 지난 6월 하락한 뒤 7월부터 두 달 연속 상승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하는 지표다. 장기평균인 100을 웃돌면 기업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전산업 CBSI는 아직 100을 소폭 밑돌지만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까지 회복 흐름이 확산되면서 기준선에 바짝 다가섰다.
박용민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2022년 하반기 각국의 통화긴축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경기가 전반적으로 나빠진 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먼저 회복되는 추세”라며 “이번 달에는 비제조업도 좋아지면서 약 4년 만에 전산업 CBSI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CBSI는 103.8로 전월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르며 2022년 6월(107.1)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5월 100.8을 기록해 장기평균을 넘어선 뒤 넉 달째 100을 웃돌고 있다. 제품재고가 0.6포인트, 자금 사정이 0.4포인트씩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중소기업 CBSI는 99.8로 전월보다 2.2포인트 상승해 2023년 6월(103.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기업도 1.0포인트 오른 108.5로 2022년 5월(114.0)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대기업은 103.7로 1.6포인트, 내수기업은 99.4로 0.6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한은은 대기업과 내수기업의 하락을 추세적인 부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여름 휴가철에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휴가를 더 많이 가면서 일시적인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며 “올해 초 이후 흐름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제조업 CBSI는 96.7로 전월보다 1.5포인트 상승하며 두 달간의 하락세를 끊었다. 매출과 자금 사정이 각각 0.6포인트, 0.5포인트씩 상승에 기여했다. 특히 해상운임 상승과 화물운송·휴가철 여객 수요 확대에 힘입어 운수창고업이 개선됐고, 영상·방송·IT 서비스업체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정보통신업도 상승했다. 건축·설계와 반도체 관련 엔지니어링 업체의 수주 확대도 전문·과학·기술업 개선으로 이어졌다.
제조업에서는 전자·영상·통신장비와 식료품 등이 개선됐다. 전자·영상·통신장비는 인쇄회로기판 제품가격 상승과 휴가철 가동률 축소에 따른 비축재고 활용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식료품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산 식재료 가격 하락과 육가공품 등의 판매가격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업들의 다음 달 경기 전망도 밝아졌다. 9월 전산업 CBSI 전망치는 99.6으로 전월 조사 때보다 3.1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전망은 2.0포인트 오른 102.5, 비제조업은 3.9포인트 상승한 97.6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제조업 1770개, 비제조업 1400개 등 3170개 업체가 응답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