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낸 미국 중앙은행 수장의 발언을 소화한 국내 주식시장이 금리인상 가능성 부각에도 31일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진 미 정부의 긴축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대응 전략 수정 필요성은 제기하고 있다.
◆매파적 해석 ‘워시 쇼크’에도 코스피…전약후강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0.46% 오른 6820.02에 장을 마쳤다. 지난주 말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 잭슨홀 회의에서 케빈 워시 의장의 기조연설 이후 약세로 마친 뉴욕증시 분위기에 이날 국내 증시로까지 이어지는 듯 했으나 장 막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물가안정 목표에 당분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금리 인상을 선언한 건 아니지만, 시장은 그의 발언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했다. 당장 9월 중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점치는 확률이 50%를 넘어섰다.
금리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오는 4일 미 비농업부문 고용과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나온다. 워시 의장의 인플레이션 우려 발언 이후 나오는 첫 번째 노동시장 데이터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경로를 결정할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고용시장이 양호하다는 수치가 나온다면 이는 금리인상의 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컨센서스상 실업률은 4.1%로, 월간 고용 증가 폭에 대한 눈높이는 낮게 잡혀 있는 상황”이라며 “지표 결과 따라 기준금리 변동에 대한 기대값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금리인상 여부는 공개시장위원회 전주에 발표되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물가지표에 강한 영향을 받을 걸로 보인다.
한편, 코스닥 지수는 워시발 찬바람에도 선방해 0.49% 내린 834.29에 장을 마쳤다.
◆“금리 하락 아닌 이익 성장에 베팅”
워시 의장의 발언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지난주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호실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글로벌 증시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모양새가 됐다.
워시 의장의 발언에서 주목할 만한 또다른 포인트는 AI를 단순 산업이 아닌 노동과 자본, 경제성장을 바꿀 잠재적인 새로운 생산요소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AI 투자 사이클은 올 상반기 증시 상승을 견인한 가장 큰 모멘텀이었지만, 이제 주식시장에서 양날의 검이 됐다는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끈다. AI 설비투자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기업의 이익을 키우지만, 그와 동시에 미국 경기와 금융 여건을 강하게 만들어 연준의 금리인상 명분도 높인다는 취지다. 이는 AI 투자가 강할수록 금리가 내려갈 거란 기존 공식이 더이상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같이 밝히며 한국 주식시장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하락’에서 ‘이익 성장’으로 전략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할인율 상승에 취약한 고 주가수익비율(PER), 무이익 성장주의 부담은 커진다”면서 “반대로 높은 금리를 이길 만큼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AI 투자의 물리적 병목을 해소하는 전력기기, 변압기, 전선, 냉각,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상대적 매력은 유지된다”고 짚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미 중간선거 전까지 갑론을박은 심하겠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실제 (통화) 긴축을 단행하긴 어렵다”면서 “최근 AI 기업의 수익성도 확인된 만큼, AI 관련 성장주의 안도 및 확산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