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소상공인의 금융이력 뿐만 아니라 매출과 업종, 사업 지속성, 고객 인지도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SCB)’ 체계가 도입됐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B국민·IBK기업·NH농협·부산·신한·우리·제주·하나은행 등 8개 은행은 지난달 31일부터 SCB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경남·광주·수협·iM·전북은행과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8개 은행도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은행은 모두 16곳으로 적용 목표 대출 규모는 약 2조2000억원이다.
SCB는 과거 대출이나 카드 사용 등 금융거래 기록을 중심으로 평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상공인의 사업 자체를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게 핵심이다. 매출과 업종, 상권뿐 아니라 사업 지속성, 업력, 근로자 수, 고객 인지도와 수요, 온라인 유통플랫폼의 방문·재방문 및 북마크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미래 성장성을 평가한다.
신용정보원이 이 같은 정보를 토대로 소상공인의 성장등급(S등급)을 산출하며 신용정보회사(CB사)가 기존 신용등급과 결합해 ‘성장신용등급’을 만든다. 은행은 성장등급이 높은 사업자에게 기존 신용등급보다 상향된 등급을 적용해 대출 승인이나 한도·금리 산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금융거래 실적이 많지 않은 이른바 ‘씬파일러’ 소상공인이 대표적인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은행권의 사전 대출심사 사례를 보면,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 가맹점주는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해 기존 평가에서는 신용등급 7등급으로 분류돼 대출이 거절됐지만 SCB에서 사업 성장성과 상환 여력이 추가로 반영되면서 6등급으로 올라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출 조건이 개선되는 사례도 있다. 온라인플랫폼 가맹점(소매업)을 운영하는 30대 사업자는 높은 SCB 등급을 인정받아 1%포인트의 금리 감면을 적용받았고 한 도소매업자는 기존 기준에서 약 3000만원이던 대출 가능 금액이 4000만원으로 늘면서 동시에 약 0.7%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받았다.
은행별로 SCB를 적용하는 상품도 넓어진다. 기업은행은 i-ONE소상공인대출과 BOX개인사업자 신용대출 등에 적용하고 국민은행은 KB투게더론과 KB일사천리 소호대출 등에, 하나은행은 하나더소호 가맹점대출과 하나뿐인 사장님대출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인터넷은행들도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하반기까지 약 1년간 시범운영을 거쳐 전 은행권이 소상공인 대출상품에 SCB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향후 출시될 개인사업자 전용 사잇돌대출과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평가 등에도 SCB가 반영되도록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