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장을 볼 때 지난해보다 부담이 덜하다고 느끼지만, 통신비와 각종 서비스 요금까지 합친 월 생활비는 줄지 않고 있다. A씨는 “장바구니 물가는 조금 나아진 것 같은데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소와 과일 가격은 안정됐지만 보험료와 관리비 등 서비스 가격이 꾸준히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석유류 상승세도 둔화했지만 지난해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와 서비스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0.0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지난 6월 3.2%에서 7월 2.8%로 낮아졌다가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전월 대비로도 0.2%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확대된 배경은 통신요금 기저효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실시된 통신요금 할인 영향이 올해 사라지면서 휴대전화료 전년 동월보다 26.7% 뛰었다. 이에 따라 공공서비스 물가는 6.5% 상승했다. 서비스 전체 상승률도 7월 2.6%에서 8월 3.7%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0.3%포인트 높아진 데 대해 통신요금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 부문은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을 0.58%포인트 끌어올린 반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는 각각 0.28%포인트, 0.06%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보다 2.6% 떨어졌다. 농산물이 6.7%, 채소류가 9.7% 각각 하락했다. 신선식품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6.7% 낮아졌다. 신선채소와 신선과일 가격은 각각 9.8%, 10.0% 하락했다. 다만 폭염 등의 영향으로 전월과 비교하면 신선채소 가격은 12.5% 급등했다. 배추는 한 달 사이 37.0%, 시금치 68.2%, 오이 40.4% 오르는 등 일부 채소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컸다.
고유가 환경도 다소 완화됐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보다 14.2%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지만 7월 15.5%보다는 오름폭이 줄었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19.6%, 휘발유가 11.5% 상승했다. 한은은 최고가격 인하 효과가 이어지면서 석유류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보다 3.4% 올라 7월 2.6%보다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통신요금 기저효과가 포함됐지만 개인서비스 가격도 3.5% 상승세를 유지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4.0% 올랐고 보험서비스료는 13.4%, 해외단체여행비는 14.9%, 자동차수리비는 6.3% 상승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해 7월 2.5%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식품은 0.8% 상승에 그쳤지만 식품 이외 품목이 4.8% 올라 생활비 부담을 키웠다.
한은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신요금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8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동전쟁 관련 불확실성과 비용 상승의 가격 전이, 수요 측 물가 압력 등이 남아 있어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