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기록적인 공급 절벽이 닥치면서 가을 이사철 ‘최악의 전월세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신규 출회 매물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분기당 3만 가구를 밑돈 데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여파로 기존 매물마저 빠르게 소진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2027년까지 이어지는 극심한 입주 가뭄이 맞물려 전월세 가격의 추세적 상승 압력이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2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3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출회 예정 물량은 2만8724가구로 집계됐다. 서울시가 예측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4년 이후 분기 공급량이 3만 가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분기 대비 14.8% 급감한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순수 전세 물량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3분기 전세 출회 예정 물량은 1만2356가구에 불과해 2024년 1분기(1만8410가구) 대비 32.9% 축소됐다. 같은 기간 월세 출회 예정 물량은 1만6368가구로 최근 3개년 분기 평균치(1만7680가구)를 소폭 밑돌았다.
공급 부족은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추산한 4분기 출회 예정 물량은 2만9808가구(전세 1만3012가구∙월세 1만6796가구)로, 두 분기 연속 3만 가구 미달이 확실시된다.
기존 유통 매물의 소진 속도 역시 가파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ASIL) 통계를 보면 9월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902건으로 올해 1월1일 기준 2만3061건 대비 13.7% 감소했다. 월세 매물 또한 2만1365건에서 1만6,921건으로 20.8% 쪼그라들었다.
외곽 지역 대단지조차 매물 품귀 현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1971가구 규모의 서울 성북구 ‘정릉풍림아이원’은 현재 전세 매물이 전무하며 월세만 단 1건 남아 있다. 총 3830가구 규모의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전용 84㎡ 기준 실질 거래 가능한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대로 줄었다.
현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 및 실거주 의무 요건 강화로 집주인의 실입주 비율이 늘어난 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에 따른 전세보증금 조달 부담 확대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반전세·월세를 택하는 ‘월세화 가속’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이 60%를 웃돌며 유통 매물이 시장에 환류되지 않는 동결 효과도 지속되고 있다.
수급 불균형은 가격 지표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12월(86.2) 반등한 이래 올 8월까지 33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도 서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4% 상승하며 6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월세전환율 역시 8월 기준 4.3%까지 치솟으며 세입자의 월 주거비 지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단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신규 아파트 입주 여건은 비관적이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2027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2543가구로, 2026년(1만7698가구) 대비 29.1% 감소한다. 이는 정부가 주택공급 통계를 전산화한 1990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통상 연간 서울 적정 입주 수요가 약 4만 가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30% 수준에 불과하다.
착공·인허가 실적 부진에 따른 중장기 공급 공백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비아파트 대체제 지원 및 임대차 등록 주택 인센티브 등 단기 공급 유인을 강화하는 종합적인 전월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