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으로 지난달 원화 기준 수출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단가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우리나라의 대외 교역조건은 198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개선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6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출물가지수는 183.23(2020년=100)으로 전월 대비 3.7%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6.1%)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원·달러 평균 환율이 7월 1497.43원에서 8월 1406.30원으로 전월 대비 6.1% 내리며 하방 압력을 키웠다. 환율 영향을 뺀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2.2% 올랐으나 원화 절상 폭이 이를 상쇄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는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석탄및석유제품 호조로 42.4% 오르며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8월 수입물가지수는 156.31로 전월 대비 2.4% 내리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두바이유가가 배럴당 76.75달러에서 88.75달러로 15.6% 뛰며 원재료(1.5%)가 올랐지만, 환율 하락으로 화학제품(-6.1%), 1차금속제품(-4.2%) 등 중간재(-4.0%)와 자본재(-4.2%), 소비재(-4.4%)가 일제히 하락 전환한 결과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6% 상승했다.
환율에 따른 물가지수 조정과 달리 교역지표는 역대 최고 수준의 호황을 보였다. 8월 수출물량지수는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의 호조로 1년 전보다 25.9% 올라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고, 수출금액지수도 75.8% 급등했다. 수입물량지수와 수입금액지수는 각각 12.0%, 23.1% 올랐다.
수출품 1단위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19.9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1% 올랐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가격 상승률(39.6%)이 수입가격 상승률(9.9%)을 크게 웃돈 영향으로, 1988년 편제 이후 역대 최대 상승률이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184.02) 역시 물량과 단가의 동반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60.0% 뛰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