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사태로 에너지·원료 수급 불안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산업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국내 산업계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처를 다변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또 에너지 안보 협력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에너지원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69.1%에 달했다. 전체 도입량 약 10억2800만 배럴 중 7억 배럴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에서 들어온다. 또 LNG의 30% 역시 중동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이에 중동 정세가 악화할 때마다 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선 중동 사태가 반복될 때마다 원유와 LNG의 중동 지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번 중동전쟁을 계기로 중동에 편중된 원유 공급망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국내 정유업계는 최근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 확보에 나섰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68.7%에서 올해 62.3%로 낮아졌다. 반면 미주산과 아프리카산 비중은 높아졌다. 미주산은 23.4%에서 26.5%로, 아프리카산은 2.0%에서 5.6%로 높아졌다. 이는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이후 정부가 원유 공급망 ‘탈중동’을 선언하고 물량 도입 협상 등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선 원유 수급 다변화를 장기적으로 실현하려면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과 기업들의 정제 설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참에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향후 유사 사태에 대비하려면 에너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적으로도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통된 흐름이다.
우리 정부 역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해법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이번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전환, 즉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이고 시대적 과제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중동 지역의 액화천연가스와 석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수록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커진다”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수용을 목표로 지산지소형 분산형 전력망 구축과 지역 간 융통선로 보완 등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 정부는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에너지 전환 분야에 5000억원을 투입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지원 규모를 9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늘린다.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동 대응에 나섰다. 기후부는 최근 IEA와 ‘아시아 에너지 안보 협력 한-IEA 양해각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협력을 통해 수입 화석연료 의존을 낮추는 에너지 대전환과 전기화를 가속할 계획이다. 첨단산업과 미래성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회복력 있는 전력시스템 구축도 중점 협력 과제로 추진한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최근 중동 상황은 세계 에너지 안보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이자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와 마찬가지로 각국의 에너지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하는 계기”라며 “특히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서 에너지원과 공급경로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