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이 또다시 미뤄졌다. KBI그룹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주식취득 승인신청을 철회한 데 이어 상상인 측과 거래조건을 다시 협의하기로 하면서다. 저축은행업권의 수익성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자본확충 방안이 매각 성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 주식 처분 예정일을 다음 달 12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상상인은 지난해 10월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과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01%를 1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110억7000만원, 잔금은 996억3000만원이다. 계약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승인을 거쳐 종결되며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해지될 수 있다.
다만 승인신청을 다시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하는 데다 인수 이후 자본확충 규모와 방식도 구체화해야 해 실제 거래가 예정된 시점에 마무리될지는 불투명하다. KBI그룹은 앞서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업에 진출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라온저축은행보다 자산 규모가 큰 만큼 인수 이후 건전성 관리와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본 부담도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승인신청 철회했지만…“대규모 유상증자에도 동의”
매각 일정이 거듭 늦어지는 것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승인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때문이다. KBI그룹은 지난달 말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상상인저축은행 주식취득 승인신청을 자친 철회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거래조건을 재협의하기로 했다.
KBI그룹은 승인신청 철회가 인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KBI그룹은 “지난해 10월 이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감독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제기된 인수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에도 적극적으로 동의해 인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KBI그룹은 향후 상상인 측과 세부 거래조건을 조율한 뒤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승인 등 관련 심사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KBI그룹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의지는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며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상상인그룹과 긴밀히 협의해 남은 절차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소송·형사재판도 진행 중…매각 불확실성 여전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은 상상인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시작됐다. 금융위는 2019년 12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상호저축은행법 위반과 관련해 전직 대표이사 직무정지 상당과 담당 임원 문책경고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일부 처분은 2023년 5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금융위는 이를 근거로 상상인에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을 내렸고, 명령이 이행되지 않자 두 저축은행 주식에 대한 처분명령을 통보했다. 상상인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024년 12월 1심에서 패소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주식처분명령의 효력은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 상태다.
별도의 형사재판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2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상상인저축은행에 벌금 약 64억3600만원과 추징금 약 32억1800만원을 선고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벌금과 추징금 합계액을 소송 관련 충당부채로 반영했으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저축은행업권의 상반기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수익성은 회복되고 있지만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해 건전성 부담은 여전하다. 거래조건 재협상과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에 더해 자본확충 및 진행 중인 소송까지 맞물리면서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