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연간 총 피해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1인당 평균 피해액도 5000만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범죄 접근 통로의 90% 이상이 전화와 문자 등 통신망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이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총 피해액은 1조2578억원으로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2364억원) 대비 불과 2년 만에 4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피해 규모뿐 아니라 범죄 수법의 고도화로 건당 피해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1인당 평균 피해액은 5384만원으로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1인당 평균 피해액이 4552만원에 달해 고액 피해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유형별로는 검찰·경찰·금감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범죄가 전체 피해액의 78% 이상을 차지하며 피해 확산을 주도했다.
특히 청년층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대 이하 피해 건수는 2023년 8886건, 2024년 5352건, 2025년 5770건으로 매년 연령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피해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사후 구제는 여전히 미흡하다. 피해 발생 후 회수된 금액의 비율을 뜻하는 피해환급률은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피해자가 금전을 돌려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이처럼 피해가 커진 배경에는 통신망 단계의 사전 여과 장치 부실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8월 확인된 보이스피싱 8584건 중 전화(7841건)와 문자메시지(223건)를 통한 최초 접근이 94%에 달했다.
손 의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94%가 전화와 문자 등 통신망을 통해 유입되고 번호 조작이 횡행하고 있다”며 “금융사의 사후 대응뿐 아니라 대포폰 차단, 번호 변작 필터링, 대량 문자 중계 관리 등 통신사업자의 사전 보안 책임 강화와 책임 분담 방안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금융회사의 무과실 책임 배상제도 도입 등 배상 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