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성범죄 목적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23)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단과 유가족은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사형 선고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정호)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 및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재판부 “인간적 분노 금할 수 없어…가석방 없는 영구 격리 필요”
이날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서 사형 선고 여부를 놓고 깊이 고민했던 심경을 이례적으로 고백했다.
재판부는 이채원(16) 양의 죽음과 잔혹한 범행 수법을 언급하며 “피해 여학생이 느꼈을 두려움과 유가족의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다”며 “과거 성범죄와 스토킹 범행, 차량 미행 후 흉기 살해 등 죄질이 매우 무겁고, 범행 후에도 태연히 일상을 보낸 점 등 상황 모면에 급급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법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피고인에 대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함으로써 법원의 소임을 다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절실히 숙고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극형 선고가 마땅하다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교차했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다만 재판부는 대법원이 제시한 사형 선고 기준과 객관적 사정 등을 고려할 때 부득이하게 무기징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가석방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진정한 양형 이유는 피고인을 영구 격리해 종신토록 참회하게 하려는 것이지, 일말의 선처를 예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피고인이 생존하는 동안 결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무기징역형을 철저히 집행하는 것만이 유족을 위로하고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유가족·변호인단 “사형 구형받도록 항소…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법제화 촉구”
선고 직후 피해자 측은 즉각 반발하며 항소 뜻을 분명히 했다. 고(故) 이채원 양의 법률대리인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사형을 구형했음에도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철저히 분석해 항소심에서 사형 선고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리인단은 재판부가 피고인의 성장 환경과 성행 등을 고려해 사형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을 지적하며 “이 사건은 여고생 성폭행 목적의 살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여죄가 존재하며, 피해자들의 생명을 빼앗으려 했다는 본질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범행 도구로 의혹이 제기된 케이블타이에 대해서도 “사람을 결박하기 위한 용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재판부의 판단에 이견을 제시했다.
유가족 법률지원을 맡은 송창운 변호사는 “재판부 역시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서 깊이 고민했으나, 사형 선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양의 어머니는 단 하루의 감형도 없는 법제화를 촉구했다. 어머니는 “사형을 선고하지 않을 것이라면 단 하루의 감형이나 가석방도 불가능한 무기징역을 법제화해 강력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장윤기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선의 책임을 묻고, 사건의 진실을 감추려 했던 관계자들이 단죄받는 날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