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간편송금 서비스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로 사기이용계좌를 지급정지한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연간 규모를 반년 만에 뛰어넘은 수준으로, 비대면 송금망을 노린 피싱 수법이 점차 ‘소액 다건화’ 양상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간편송금 관련 보이스피싱 계좌 지급정지 건수는 총 327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943건)와 비교해 약 247% 급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피해금 입금액은 35억9004만원으로 전년 동기(30억2327만원)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건당 피해 금액은 기존 321만원에서 110만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며 사기 범죄가 상대적으로 감시망을 피하기 쉬운 소액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업체별로는 카카오페이를 경유한 피해 비중이 가장 두드러졌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4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5대 은행이 조치한 전체 지급정지(7312건) 중 카카오페이 관련 건수가 4336건으로 59%를 차지했으며, 금액 기준 비중은 79%에 달했다. 네이버페이와 토스를 악용한 피해 지급정지도 전년 대비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간편한 인증 절차를 노린 범죄 증가와 함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으로 금융회사와 선불업자 간 정보 공유 체계가 가동되면서 탐지 및 정지 건수 자체가 대폭 늘어난 점을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AI 기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과 선불업자 간 연계를 한층 강화해 진화하는 신종 사기 수법에 대응할 방침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