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33)씨는 반년 전 한정판 스니커즈를 100만원에 사들인 뒤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150만원에 판매했다. 장부상 시세 차익은 50만원이지만 검수·판매 수수료와 안전 결제 수수료, 배송비, 보관용 케이스 비용까지 제하고 나니 손에 쥔 순이익은 3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A씨는 “단순 차익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거래 비용과 보관 수고를 겪고 나니 체감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최근 포켓몬 카드, 한정판 스니커즈 등 수집품에 투자하는 ‘취테크(취미+재테크)’ 열풍이 거세다. 희귀 아이템이 경매에서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에 낙찰됐다는 무용담이 퍼지면서 ‘즐기며 돈도 버는 황금알’로 포장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거래 비용과 가격 급변동·환금성 제약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
◆플랫폼 수수료·보관 비용 떼면 수익률 ‘뚝’
초보 투자자들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맹점은 거래 비용이다. 주요 리셀 플랫폼들은 정품 검수비, 판매 및 구매 수수료 명목으로 거래액의 5~10% 안팎을 차감한다. 주식 거래 비용이 거래액의 1%에도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크다. 수수료는 사고팔 때 모두 붙어 시세 차익이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가격이 올라도 손실을 보는 구조다. 50% 수익률이 30%대로 쪼그라든 A씨의 사례가 예외가 아닌 이유다.
유지 비용도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포켓몬 카드는 미세한 모서리 마모 하나로도 감정 등급이 떨어져 가격이 반토막 날 수 있다. 고가의 카드는 미국 PSA 같은 해외 기관에 장당 수만~수십만원을 들여 수개월간 감정을 맡겨야 시장 가치를 인정받는데, 기대한 등급을 받지 못하면 감정비만 날릴 수 있다. 레고나 스니커즈 역시 변색과 박스 손상을 막을 보관 공간이 필요하다. 보유 기간 동안 그 돈을 예금에 넣어뒀을 때 얻었을 이자도 기회비용으로 따져야 한다.
◆‘대박’은 극소수…팔고 싶을 때 못 판다
한정판 운동화로 큰 차익을 내는 이들은 대개 발매가에 당첨된 경우다. 이미 웃돈이 붙은 가격에 산 일반 투자자는 시세가 조금만 꺾여도 곧바로 손실 구간에 들어선다. 출시 초기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려 고점에 샀다가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언론에 소개되는 고가 낙찰 사례는 ‘생존자’의 기록일 뿐이다. 시장이 작아 소수 거래만으로 시세가 크게 흔들리고, 호가와 실제 체결가가 다른 경우도 많다. 공급량을 쥔 제조사가 유사 모델을 대량 재발매하면 100만원대를 호가하던 운동화가 30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한다.
환금성도 걸림돌이다. 주식은 장이 열려 있는 한 즉시 현금화할 수 있지만, 수집품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취향이 맞아야 거래가 성사되는 비표준화된 시장이다. 시세가 150만원이어도 그 가격에 사줄 사람이 없으면 자산은 묶인다. 급전이 필요해 호가를 낮추다 보면 헐값 처분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박스 훼손이나 보관 상태에 따라 검수에서 불합격하면 아예 거래가 취소되기도 한다.
◆배당도 보호장치도 없어…투자보다 소비에 가까워
수집품은 보유 기간 내내 배당 같은 현금흐름이 없고, 사기 피해가 생겨도 금융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주식처럼 기업 실적이나 공시 같은 객관적인 판단 근거도 없어 적정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반복적으로 사고팔아 수익을 내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가치를 떠받치는 것은 희소성과 팬덤뿐이어서 관심이 식으면 가격은 지지선 없이 무너진다.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시장 특성상 지금의 인기가 몇 년 뒤에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취미 시장의 본질은 ‘개인적 만족’에 있는 만큼 여윳돈 범위에서 비용과 처분 시점까지 계산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