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은 총재 “이번 동결은 호미질의 결실…긴축 기조는 계속”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금융통화의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금융통화의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사태, 주요국 통화·재정정책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대내외 위험요인의 전개상황과 두 차례 선제적 인상의 파급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가래로 막을 것, 호미로 잘 막았다”

 

신 총재는 “8월 정책 결정은 ‘가래로 막아야 될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번 동결은 ‘호미질의 결실’이라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7·8월 연속 인상으로 정책 여력을 확보해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도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을 유지했고, 주택가격과 금융취약성지수 상승 속도도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긴축 기조는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성장이나 물가 측면에서는 오히려 8월 회의 때보다 강한 측면이 있다”며 “8월에 각각 3.3%, 2.9%로 제시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상당폭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정 전망은 11월 회의 때 발표한다.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도 8월 전망치(2.5%)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만장일치 배경에 대해선 “전반적인 평가에 상당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연준의 결정은 상당히 중요하다”면서도 “호미로 정책을 편 덕분에 시장 상황에 쫓기지 않고 국내 상황에 맞게 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물가는 내년에도 목표(2%)를 웃돌다 내후년쯤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봤다.

 

◆“원화, 실효환율로 봐도 아직 약세”

 

환율에 대해선 신 총재는 “예측 가능성이 아주 중요하다”며 “초여름 고환율은 비정상적인 면이 많았던 예외”라고 평가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25원으로 8월 간담회 당시(1380원 수준)보다 내려왔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실효환율 지수가 8월 말 89로 장기 평균(101)을 밑돌아 원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이 10% 절상되면 소득 1분위 가계의 구매력이 0.4% 이상 개선되며,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부터 시험 가동 중인 한은 원화 국제결제망은 내년 1월 본격 가동한다.

 

◆“AI 투자에 중립금리 오를 수도”

 

중립금리에 대해선 “성장률이 올라가면 균형금리도 따라 올라간다”며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상승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장기 회사채 시장에서 국채와 자금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4%를 넘어섰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아직 확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정정책과의 엇박자 논란에는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률을 높인다면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면서도, 내년 예산안이 국내총생산(GDP)를 0.5%포인트, 물가를 0.06%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일시적인 재원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생기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지속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주가 조정에 대해선 “반도체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 자체를 보는 게 중요하다”며 “D램 가격이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어 역자산효과가 예전보다 커졌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7개월째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선 “비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효과가 상당히 있었고, 물가가 불안한 와중에도 소비자물가를 그 정도로 막을 수 있었던 데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래 지속될수록 가격 구조에 왜곡이 생기고 소비가 억제되지 않는다"”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에너지 가격 보조가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고 여러 번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최종금리에 대해선 “참고하고 있지만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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