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따른 사내 주택구매 대출 지원과 성과급 지급 등의 영향으로 이른바 ‘반도체 벨트’인 경기 남부 집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가격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병점, 군포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비규제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붙고 있다. 관망만 하기엔 경기 남부 일대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고, 규제지역을 넓히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9일 기준) 화성 병점구는 아파트값은 0.65%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군포와 의왕도 각각 0.53%, 0.47% 상승해 경기 평균(0.21%)의 두 배를 웃돌았다. 화성 병점구, 군포, 의왕은 모두 비규제지역이다. 규제를 피한 갭투자 수요와 저렴한 매물을 찾는 실수요가 함께 유입되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수원·화성 등 반도체 배후 주거지역의 집값 강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가격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병점·군포·의왕·등 인접한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풍선효과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화성 병점구, 수원 권선구, 부천 원미구, 안양 만안구, 군포 등 경기 남부 비규제지역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군포가 9.84%로 서울(8.63%)을 웃돌았고, 2월부터 별도 통계가 작성된 병점구도 8.42%로 서울에 육박한다. 수원 권선구(10.66%), 부천 원미구(7.28%), 안양 만안(7.47%)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경기 남부 비규제지역이 추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면 조정대상지역, 1.5배를 초과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격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일부 지역은 규제지역과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률이 오른 상황이다.
일각에선 부작용을 고려해 토허구역 지정 확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허구역 지정이 오히려 매물 잠김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시장의 불안감만 키울 거란 지적이다. 규제지역을 넓힐수록 집값이 오르는 지역도 계속 퍼져나가는 풍선효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토허구역 지정 연장과 대상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토허구역 추가 지정 가능성에 대해 “주택가격 상승이나 청약 경쟁률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결정적으로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유리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최근 열린 제1차 주택공급 정례브리핑 이후 인접 지역에 대한 규제 확대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인근 지역도 살펴보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복합적인 요인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