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도권 아파트 경매 1만 건 시대, 회복의 온도는 다르다

 아파트 경매시장은 주택시장의 온도 차를 읽을 수 있는 지표다. 매매시장이 집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기대를 반영한다면, 경매시장은 여기에 채무 상환 부담과 금융 여건, 자산 처분 압력까지 드러낸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경매 통계를 보면 경매 건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과 경기, 인천의 매각 성과는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법원경매정보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경매 건수는 2021년 4197건에서 2023년 1만288건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1만6517건까지 늘었다. 2026년 1~9월에도 1만2273건이 집계됐다. 단순 연율로 환산하면 약 1만6364건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도권 경매시장도 금리 인상과 세제 강화 등으로 상당한 물량 부담을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매각률은 경매시장의 수요 회복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수도권 평균 매각률은 2021년 62.0%에서 2022년 32.7%로 급락했고, 2023년에도 32.1%에 머물렀다. 2025년 39.9%까지 회복했지만 2026년 1~9월에는 37.8%로 다시 낮아졌다. 경매에 나온 물건이 모두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은 아니며 가격과 입지에 따라 유찰이 반복될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2026년 1~9월 평균 매각가율은 서울이 100.1%로 감정가를 웃돈 반면 경기는 86.3%, 인천은 78.1%에 그쳤다. 매각가율은 감정가 대비 실제 매각가격의 비율이다. 서울은 평균적으로 감정가 수준에서 매각되는 반면 인천은 감정가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셈이다. 물론 평균 매각가율이 개별 주택의 시세나 수익성을 그대로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도 자산의 입지와 수요 기반에 따라 경매시장의 회복력이 크게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는 금리다. 한국은행은 2026년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에는 3.00%로 인상했고 앞으로도 상방 가능성이 열려있다. 금리 상승은 변동금리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만기 연장이나 차환이 필요한 차주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경매 투자자 역시 대출금리와 자기자본 부담이 높아지면 입찰가격을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다. 경매 물건 공급이 늘더라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같은 속도로 늘지 않는다면 매각률과 낙찰가격의 회복은 제한될 수 있다.

 

 앞으로 아파트 경매시장은 물건 수의 증가 여부만큼이나 지역별 소화 능력을 살펴야 한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매수 수요가 가격을 지지할 수 있지만, 경기와 인천은 지역별 공급 여건과 교통 접근성, 실수요 기반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리 부담이 장기화하면 자금력이 약한 차주와 투자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아파트 경매시장에서도 입지와 가격 경쟁력에 따른 차별화가 심해질 수 있다.

 

 경매 물건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부동산시장 전체의 위기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매 물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매각률 회복이 정체되고 지역별 매각가율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경매시장은 주택시장에 쌓인 금융 부담이 어디에서 현실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기 경보장치다. 금리와 주택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별 경매 물량과 매각 성과까지 함께 살펴야 수도권 주택시장의 다음 국면을 보다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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