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주항공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우주산업은 자본투자액, 시장규모 등 여러 방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민간 중심 우주산업 이른바 ‘뉴스페이스’ 육성에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가 올해 1월 내놓은 ‘2025년 우주산업 및 항공제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약 4% 성장한 4150억 달러(약 555조6000억원)로 나타났다. 전체 우주산업 규모에서 정부예산 등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우주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위성 및 관련 산업의 규모는 약 2932억 달러(39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미국, 중국 등 우주강국들은 국가 주도 정책과 민간 기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의 우주산업은 갈 길이 멀다. 국내 우주산업은 과거보다 기업 수가 늘고 있지만 아직 세계 수준과 비교하면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보기 힘들다. 2024년 국내 기업체, 연구기관, 대학의 우주 분야 활동 금액은 총 4조3568억원으로 글로벌 우주산업과 비교하면 초기 단계다. 2024년 우주항공산업에 참여한 기관의 총 수출액은 약 3조5485억원인데 수출액의 80%가 항공산업군에 몰려있다. 우주 분야에서는 위성방송 통신·위성항법·지상국 및 시험 시설·원격 탐사 등 우주통신업종이 거의 유일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우주산업 분야별 총 기업 매출액을 봐도 우주기기제작이 약 1조1100억원, 우주활용이 약 2조3800억원에 그쳤다. 현재 우리나라 우주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1%에도 못 미친다.
국내 우주산업은 국가 연구개발(R&D)이 70~80%를 지탱할 정도로 공공 수요 비중이 절대적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올해 발표한 ‘5대 우주강국 진입을 위한 국가 우주혁신시스템 구축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가 우주혁신시스템 중 정부가 투자하고 일부 민간 협력이 이뤄지는 2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독일·프랑스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 투자하는 3단계, 미국은 민간이 자체 투자하고 정부가 서비스를 구매하는 4단계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재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정부 주도의 개발·생산에 머물러 있으며 민간의 자체적인 연구 개발과 인프라 투자는 미미한 상황”이라며 “현재 우주 기술개발의 주체인 정부가 향후에는 우주산업 서비스의 수요자로 전환해 국내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개발 및 양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 출범과 최근 누리호 기술의 민간 이전을 계기로 민간 중심 우주산업 육성에 고삐를 죄고 있다. 현재 800여개인 국내 우주항공 기업을 2030년 1000개, 2035년 1200개로 늘리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현재 0.7%에서 2030년 1.7%, 2035년 3%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우주항공청이 지난 7월 발표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우주개발을 직접 수행하는 ‘개발자’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R&D에서 수요창출로 방향전환, 체계 중심에서 소부장과 활용까지 영역 확장, 민군협력과 다른 분야 진입 촉진 등 참여 확대, 미래를 위한 선제 준비 등 추진 방향 4개를 설정했다. 추진 전략으로는 제조·활용산업 동반성장으로 우주경제 진입, 달 경제 영토 개척과 우주 공간 신산업 창출, 우주 접근성 확보를 위한 우주고속도로 건설, 글로벌 항공 제조산업 주력 공급자로 부상, 뉴스페이스 시대에 부합하는 투자 환경 조성 및 기반 확립 등을 제시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