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6개 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인공지능(AI) 고점론에 다시 한번 맞불을 놨다. 2029년까지 3년간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물량이 사실상 완판된 상태로, 중장기적인 메모리 수요를 상당 부분 증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당시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과 비교하면 1년 반 사이에 매출은 약 4.7배, 영업이익은 약 9배 올랐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을 견조한 AI 업황을 확인할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보고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또 “이미 확보한 장기공급계약(LTA) 물량과 현재 고객사들과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수요를 종합하면 2029년까지 향후 3년 동안 당사의 D램과 HBM 물량은 사실상 모두 솔드아웃(완판)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협의 중인 물량 역시 고객의 구체적인 구매 계획에 기반한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수요이며 이를 감안하면 중장기 판매 가시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LTA로 확보한 물량은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이다. 글로벌 대형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등 14개 사와 LTA를 체결했고 일부 거래사와는 통상 5년인 계약기간 연장도 논의 중이다.
이렇게 확보한 수요 가시성을 바탕으로 생산 역량 확충에도 나선다. 내년에는 용인 1기 팹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등 국내외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올해 4분기에는 6세대 HBM4의 출하 물량과 매출 비중이 모두 기존 주력인 HBM3E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HBM4 수율도 당초 계획치를 웃돌면서 목표치를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개발을 추진 중인 차세대 D램 기술 ‘4F²’(포에프스퀘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4F²는 기존 6F²보다 메모리 셀 면적을 줄여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이지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율과 신뢰성, 원가 경쟁력 등이 필수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EUV) 기반 미세화와 공정 혁신을 통해 기존 6F² 구조를 추가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적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는 양산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이 검증된 6F²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되, 향후 4F²와 3D D램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현시점에서는 양산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이 검증된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여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라며 “기술 구현과 실제 상용화 시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기술의 완성도와 경제성을 확보하는 시점에 맞춰 적합한 제품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