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무주택자에게는 여전히 ‘좁은 문’이다. 정부의 신규택지 추가 발표에서 서울이 빠진 데다, 서울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는 전체 규모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이 적다. 공급 발표부터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는 김포·구리·하남·고양·의정부 등 경기 5개 시의 6곳이다. 계획 물량은 7만6700가구지만 이번 추가 발표에 서울 내 후보지는 없었다. 인접 지역의 주택 공급은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나누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직장과 학교 때문에 서울 안에서 집을 찾는 가구에게는 이주 부담이 남는다.
서울 안에서도 단지 전체 규모와 실제로 늘어나는 집의 수에는 차이가 있다. 서울시가 28일 공개한 건축심의 결과를 보면 서초구 잠원동아는 리모델링으로 991가구에서 1073가구가 된다. 송파구 가락쌍용1차는 2064가구에서 2341가구로 늘어난다.
두 단지의 사업 후 규모는 총 3414가구다. 이 가운데 기존 주택은 3055가구이고 추가되는 집은 359가구다. 일반분양 계획도 잠원동아 82가구, 가락쌍용1차 277가구다. 전체 단지 규모의 약 10.5%가 외부 수요자에게 공급되는 셈이다.
당장 분양을 앞둔 단지도 비슷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날 분양 계획을 안내한 서초구 ‘디에이치 신반포에스테라’는 총 160가구다. 이 중 일반분양은 전용면적 84㎡ 28가구로 전체의 17.5%다. 홍보관은 30일 문을 연다. 단지 전체 가구 수만 보고 청약 기회가 넉넉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기존 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역할도 한다. 조합원 물량까지 포함한 단지 전체 규모와 무주택자가 분양받을 수 있는 물량이 다른 이유다. 수천 가구 단지가 조성되더라도 청약 물량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공급 방식에 따라 입주 대상도 달라진다. 이번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안암역 인근 132가구는 공공임대 30가구와 민간임대 102가구다. 광흥창역 인근 130가구에는 장기전세주택 41가구가 포함된다.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는 공급이지만, 모두 집을 살 수 있는 분양 물량은 아니다.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다. 국토부는 이번 신규택지의 첫 입주가 2030년 착공을 전제로 이르면 2033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7만6700가구 중 2030년까지 실제 착공할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업 계획이 발표돼도 당장 전세 만기를 앞둔 가구의 집 구하기에는 시차가 생기는 셈이다.
분양이 시작돼도 가격이라는 문턱이 남는다. 당첨 이후 계약금과 잔금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직장과의 거리, 자녀 통학, 필요한 주택 면적까지 따지면 선택지는 더 줄어든다. 공급 확대가 실수요자의 기회로 이어지려면 사업 규모뿐 아니라 실제 분양 물량과 가격, 입주 일정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