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학살 현장에 턱 걸린 ‘전두환 현수막’…주민 분노 속 결국 강제 철거

전남광주 동구 주남마을 인근에 걸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현수막. 사진=뉴시스 독자 제공
전남광주 동구 주남마을 인근에 걸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현수막. 사진=뉴시스 독자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과 암매장이 자행됐던 광주 주남마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정당 현수막이 내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관할 지자체는 정당법상 자진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다 민원이 잇따르자 임시 철거 조치에 나섰다.

 

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에 따르면, 동구는 이날 주남마을 인근에 내걸린 한 정당의 현수막을 철거해 임시 보관 중이다. 지난달 30일 설치된 해당 현수막에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과 이력이 담겼다. 동구 외에도 북구 각화동과 순천 등지에 동일한 현수막 10여 개가 내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현수막 설치 당일부터 지자체에는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당초 동구는 정당명, 연락처, 게시 기간 등 법적 표시 요건을 갖춘 현수막이어서 강제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원이 지속되자 현수막 내용이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 직권 철거를 결정했다.

 

동구는 해당 현수막의 문구와 이미지가 정당 활동의 범주에 해당하는지 행정안전부에 질의를 보낸 상태다. 동구 관계자는 “국민이 무릎을 꿇고 조공하는 듯한 형상 등이 표현의 자유를 초과했다고 보아 우선 임시 철거했다”며 “행안부 질의 회신이 올 때까지 보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주남마을은 19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비극의 장소다. 1980년 5월 23일 오전 11공수여단은 주남마을 초입을 지나던 미니버스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해 승객 15명이 숨졌다. 당시 살아남은 부상자 3명 중 채수길·양민석 열사는 마을 뒷산으로 끌려가 총살된 뒤 암매장됐다. 마을 주민들은 이 아픔을 기리기 위해 2014년부터 매년 추모 위령제를 이어오고 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희생자와 유가족이 남아 있는 비극의 현장에 가해자 사진을 걸고 미화하는 것은 인간적 도리를 저버린 행태”라며 “역사 왜곡 현수막을 막기 위한 정당법 및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수막을 게시한 정당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라 게시했을 뿐”이라며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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