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31일 일제히 끝나면서 연말 은행권 인선이 본격화했다. 3분기 성적표는 대체로 개선됐다. 그러나 해킹에 따른 고객정보 유출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점검이 겹치면서 현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4조72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7.3% 늘었다.
◆국민·신한, ‘리딩뱅크’ 접전 속 엇갈린 변수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3분기에만 1조350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분기 기준 1위에 올랐다. 누적 순이익은 3조5763억원으로 신한은행과의 격차를 상반기 2331억원에서 1074억원으로 좁혔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첫 국민은행장인 그는 오는 20일 취임하는 이재근 차기 KB금융 회장 체제의 첫 은행장 인사 대상이다. 새 회장이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있어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 등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누적 순이익 3조6837억원으로 선두를 지켰다.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규모다. 다만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보다 5.9% 줄었다. 정 행장은 이번에 연임하면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첫 3연임 행장이 된다. 다만 최근 해킹으로 고객정보 2만5727건이 유출돼 피해 은행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는 점은 부담이다.
◆우리 ‘연임 무게’…하나·농협은 ‘전례’가 과제
5대 은행장 중 가장 젊은 1968년생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22% 증가해 상반기 부진을 만회했다. 누적 순이익은 2조4006억원이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정 행장의 연임에 긍정적인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결론은 이달 중순 나올 전망이다. 연임이 확정되면 우리금융 재출범 이후 첫 연임 은행장이 된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3분기 순이익 1조19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0% 늘리며 뒷심을 보였다. 누적 순이익 증가율도 상반기 1.7%에서 3분기 5.8%(3조3157억원)로 높아졌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26일 계열사별 3인 이내의 최종 후보군을 확정했다. 다만 하나은행에서는 2019년 이후 행장 연임 사례가 없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누적 순이익 1조75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9% 늘었다. 다만 농협은행에서는 이대훈 전 행장을 제외하면 연임 사례가 없다. 금융권에서는 강 행장과 조청래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황종연 NH농협금융 부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차기 행장은 다음달 결정될 전망이지만 내년 2월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일정은 불투명하다.
◆은행 임추위 권한 확대…‘회장 입김’ 줄일까
올해 인선의 또 다른 특징은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월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자회사 임추위 권한 확대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처음으로 은행 임추위가 차기 은행장 자격요건을 마련하고 후보군을 자체 심의해 지주에 추천하도록 했다. 하나금융은 은행 임추위원장이 최종 평가에 참석하도록 하고, 압축 단계마다 최소 2주 이상의 검증 기간을 둔다. 우리금융은 은행 임추위 단계에서 후보의 경영성과를 따로 점검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검증에 참여시킨다.
다만 은행 임추위 의견이 실제 후보 선정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연말 인선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지배구조법 개정 전이라도 은행장 인선 절차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