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살다 귀국하면 기초연금 못 받는다…‘국내 5년 거주’ 요건 신설

서울 소재 국민연금공단 내부 모습. 뉴시스
서울 소재 국민연금공단 내부 모습. 뉴시스

해외에서 오래 살다 귀국한 복수국적자의 기초연금 수급이 4년 새 두 배 이상 늘면서 내년 4월부터 ‘국내 5년 거주’ 요건이 신설된다. 국내에서 세금을 내며 살아온 내국인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수 국적 기초연금 수급자 수는 2021년 3621명에서 지난해 8176명으로 125.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월평균 기초연금 수급액은 27만2000원에서 32만원으로, 전체 지급액은 118억2000만원에서 314억원으로 늘었다.

 

그동안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연령 요건과 소득 요건만 맞으면 국내 거주 기간과 관계없이 받을 수 있었다. 입국 이후 최소 거주 기간 요건도 없었다. 복수국적자의 해외 공적·사적 연금과 금융자산은 국내 행정망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수급 자격 심사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지난달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내년 4월 시행되면 19세 이후 국내에 5년 이상 살지 않은 사람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신청자와 배우자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 소득과 재산도 신고해야 한다. 정부가 2024년 9월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처음 제시한 방안이다.

 

해외 자산 문제는 복수국적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4월 공개된 감사원 점검 결과 2023년 기준 해외 금융재산을 5억원 이상 보유한 노인 624명 중 9명이 기초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재산 요건에 해외 금융재산이나 가상자산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신고 의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조세 및 금융 정보 교환 체계를 활용한 해외 자산 검증 인프라 구축 등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거주요건은 일반적이다. 호주와 캐나다는 최소 10년, 노르웨이는 5년, 스웨덴은 3년의 거주 기간을 요구한다. 다만 실제 생활이 어려운 고령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현경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거주 기간에 따라 지급액을 차등화하는 점진적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

 

같은 날 본회의에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내년 군 제대자부터 복무기간 전체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되고, 둘째 자녀 출산 크레딧은 12개월에서 15개월로 늘어난다. 복지부는 “타국 제도와의 형평성을 보완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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