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불경기에 정부와 각 지자체는 소상공인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정책자금 부실률은 9.98%로 2022년 2.79%보다 7.19%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실금액은 824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195억원보다 약 275%(6045억원) 증가했다. 최근 7년(2017~2023년)간 부실률이 4%를 넘긴 것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인건비와 원재료비 상승 등이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의 경영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이 매월 발표하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69.9를 기록하던 소상공인 체감 BSI는 지난 1월 48.1까지 떨어졌다. BSI는 사업체의 실적과 계획 등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수치화해 전반적인 경기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 이상시 경기 실적 호전을, 100 미만 악화를 의미한다.
정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소상공인 채무조정 지원을 위해 새출발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8일 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6만378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조정을 신청한 채무액 규모는 10조3143억원에 이른다.
캠코는 지난 2월부터 지원 대상을 코로나 기간(2020년 4월~2023년 11월) 중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로 확대했다. 새출발기금이 부실 채권을 매입해 원금 감면을 해주는 ‘매입형 채무조정’을 통해서는 1만9436명(채무원금 1조6305억원)에 대한 약정 체결이 완료됐다. 평균 원금 감면율은 약 70%였다.
또 정부는 소상공인 사업장에 스마트 기술을 조기에 보급하기 위해 지원 절차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소진공이 수행하는 이 사업은 올해로 시행 5년 차를 맞았으며 2027년까지 스마트 상점·공방 7만개(전국 소상공인 업체의 1%)를 목표로 추진한다.
아울러 스마트 공방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공방의 자부담금에 대한 지방비 지원을 확대하고, 올해 스마트 공방 기술 보급 사업부터는 표준 임대차 계약서를 제공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도 대출 완화, 임대료 지원, 컨설팅 등 구체적인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개척 지원사업’에 참여할 청년 소상공인 450개사를 오는 17일까지 모집한다. 온라인 판로 확대를 목표로 신규 상품 개발 지원부터 입점까지 참여 소상공인에 맞춤화된 지원을 제공하는 지원사업이다. 올해는 기술력과 상품성은 뛰어나지만, 제품 홍보·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입소문마케팅’, ‘라이브커머스’, ‘해외판로개척’ 등도 추진한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달 5일부터 ‘서초구 중소상공인 초스피드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서초구가 서울신용보증재단, 4개 금융기관과 특별보증 업무협약을 맺고 중소상공인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에만 1109개 업체가 대출을 받았다. 4개 금융기관과 함께 서울신용보증재단에 총 31억원을 출연해 서울시 자치구 중 최대 수준인 387억5000만원의 특별보증 재원을 마련했고, 해당 금액만큼 중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경기도 용인시는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소상공인을 위한 재도약 환경개선 지원사업’ 신청을 받는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전문 경영 컨설턴트의 방문 컨설팅과 간판, 진열대, 인테리어 등 점포 환경개선 지원이나 판매시점정보관리기(POS기) 프로그램을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은 8일부터 24일까지 ‘부산형 장기안심상가 지원사업’ 대상자를 모집한다. 이 사업은 상가 임대인이 5년간 임대료를 동결·인하하는 상생협약을 임차인과 체결하면, 임대료 인상 자제 차액분을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천시는 소상공인의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인 인천 소상공인 반값 택배 지원사업의 홍보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를 시작한다. 인천시 소상공인 공동물류센터는 산재한 소상공인의 물량을 모아 기존 택배사와 일괄로 단가계약을 함으로써 배송비 절감, 단 1개의 물량도 픽업, 당일 배송이 가능하도록 한 장점이 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