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관세 불확실성 지속…수출기업 47% 자금난 호소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 수출기업의 절반 가량은 자금사정이 지난 분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윤진식)가 30일(수) 발표한 ‘2025년도 수출기업 금융애로 및 정책금융 개선 과제’ 보고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되고 있음에도 응답기업의 46.7%는 2024년 4분기 대비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연 매출액 기준 300억원 이상 기업들은 35.9%만이 자금사정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반면, 50억~300억원 미만과 50억원 미만 기업들은 각각 47.6%, 57.4%로 응답해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사정 악화의 원인(복수응답)으로는 ▲매출 부진과 ▲원·부자재 가격상승이 58.5%로 공동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인건비 상승(35.4%), ▲환율변동(34.1%) 등을 지목했다. 이에 수출기업들은 ▲정책금융 금리인하에 보조를 맞춘 시중은행 가산금리의 추가적 인하, ▲재무제표 및 물적담보 위주의 대출한도 심사 관행 개선, ▲보증한도 설정 시 수출 증가율 반영 등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응답기업들은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적정환율로 1,344.9원/달러(461개 社 응답 평균)라고 답하며 최근의 환율 움직임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동시에 원자재 구매 비용 및 운임 상승으로 높은 환율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협상력이 낮은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수입 원부자재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환율 상승을 이유로 바이어가 납품 단가 조정을 요청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 이외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도 기업들의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12일부터 시행된 철강·알루미늄 25% 품목관세로 철강·금속을 주력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31.8%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기업의 45.6%는 관세 대상 품목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간접적으로 영향(공급망 비용 증가, 투자계획 지연 등)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관세 대응책으로 ▲비용 절감(46.6%/복수응답), ▲정책금융 지원 활용(40.6%/복수응답), ▲대체 수출시장 개척(40.3%/복수응답)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 내 현지생산 확대를 고려하는 기업은 2.8%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금융에서는 ▲수출바우처 등 직접자금 지원(35.8%/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이어 ▲신용보증 지원(33.8%/복수응답), ▲무역보험(32.5%/복수응답) 등이 뒤를 이었으나, 응답자들의 70.9%는 현재 체감되는 정책금융 규모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체감 대출금리를 낮추고, 원자재 구매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재 1.5조 원 규모인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의 무역금융 프로그램 한도를 확대한다면 기업의 체감 금리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구입에 대해서는 환율 급등기에 한시적으로 특별자금을 마련해 보증비율 우대, 보증료율 감면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세 피해기업 대상으로는 컨설팅 및 대체시장 발굴 지원 등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금융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 피해규모가 입증된 기업에 한해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한국무역협회 정희철 무역진흥본부장은 “관세 등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과 함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라면서, “무역협회는 정책금융을 실제로 이용하는 수요자인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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