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장철호 골프존 연구소장 “우수한 UX로 필드와 스크린골프 경계 허물 것”

정밀 측정 기술·그래픽 구현력 등으로 몰입감 극대화
방대한 실제샷 데이터 통해 시뮬레이션 정확도 높여
"기술 경쟁력 확보 위해 R&D 분야 투자 박차"

장철호 골프존 차세대기술연구소장은 “골프존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는 방대한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분석 기술, 고도화된 코스 자동 생성 시스템, 그리고 전용 앱·플랫폼 연동 생태계까지 확보하고 있어 단순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를 넘어선 골프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는 골프의 저변을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여 골프의 진입장벽을 낮췄고, 계절에 따른 골프 성수기와 비성수기 간 경계도 없앴다. IT기술을 바탕으로 골퍼의 실력 향상까지 돕는다.

 

25년 전 설립된 골프존은 단연 이 분야의 리딩 기업이다. 현재 골프존의 회원 수는 약 540만 명으로,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설치된 시스템 수는 4만3261대에 이른다. 전국 골프존 매장에서 하루 평균 약 26만 라운드가 진행된다. 골프존 스크린골프가 실질적인 골프 플랫폼으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데엔 이견이 없을 정도다.

 

장철호 골프존 차세대기술연구소장(52)은 골프존에서 골프 시뮬레이터 연구를 이끄는 리더다. 그는 연구개발 실적을 바탕으로 골프존을 스크린골프 강자로 키워냈다. 골프존은 현재 약 750건의 국내외 골프 관련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플랫폼 전반에 걸쳐 축적해온 독자 기술력의 결과다.

 

장 소장은 구력 16년의 수준급 골퍼이기도 하다. 스크린 골프 기준 평균 핸디캡은 약 5 수준이며, 월 5~6회 이상 라운드를 즐긴다. 기술 검증과 장비 테스트를 겸한 실전 플레이를 통해 사용자 관점에서의 피드백을 확보하고 있으며, 실제 플레이 경험을 기술 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한다.

 

기자는 23일 서울 청담동 소재 골프존타워서울에서 장 소장을 만나 연구소의 현황, 최근 연구개발 성과, 골프존 골프시뮬레이터의 특장점을 비롯해 향후 포부를 들어봤다. 장 소장은 “현실성과 몰입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정밀한 시뮬레이션 기술에 기반을 둔 사용자 경험(UX)을 통해 유저들이 스크린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골프존, 스크린골프 IP 750개 육박…“선제적 특허 확보 박차”

 

골프존이 보유 중인 IP는 750개에 이른다. 연구소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기술력을 쌓았다. 국내 경쟁사들과의 주요 특허 분쟁에서도 승소한 것도 오랜 기간 기술 독창성을 갖추고 선제적으로 IP를 확보한 결과다. 장 소장은 “최근엔 하이브리드 골프 시스템인 ‘시티골프’와 ‘투비전 NX’에 적용될 인공지능(AI) 기반 예측·코칭 기술 등 핵심 특허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티골프는 지난해 9월 중국 텐진에 최초 론칭한 골프존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골프 공간이다. 티샷 등 롱게임은 스크린골프 형태로, 퍼팅 등 숏게임은 필드골프 형태로 진행된다. 장 소장은 시티골프에 대해 “타이거 우즈가 주도하는 실내 골프 리그인 TGL(Tomorrow’s Golf League)보다 앞선 시점에서 구현한 플랫폼”이라면서 “골프존의 기술 비전과 실행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자평했다. 투비전 NX는 최첨단 NX 센서와 AI 기술이 융합된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정밀한 스윙 분석과 피드백을 제공하며 유저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장 소장은 전했다.

 

골프존의 가장 큰 경쟁력은 UX를 극대화한 점이다. 장 소장은 “스크린골프는 단순히 정확도만 높은 게 전부가 아니라, 유저가 필드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몰입 환경과 인터랙션 설계가 핵심인데, 골프존은 그 두 요소를 균형 있게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골프존은 센서 기반 정밀 측정 기술, 실시간 피드백 물리엔진, 고해상도 그래픽 구현력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기술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사용자의 타구 감각, 구질 반응, 거리 체감까지 필드에 가깝게 구현한다. 그는 “골프존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는 방대한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분석 기술, 고도화된 코스 자동 생성 시스템, 그리고 전용 앱·플랫폼 연동 생태계까지 확보하고 있어 단순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를 넘어선 골프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年 1억 라운드 넘는 실샷 데이터에 센서 정확성까지

 

스크린골프는 정확성을 높이는 게 핵심 기술이다. 찰나에 이뤄지는 스윙에서 스윙 속도를 비롯해 공 스핀, 탄도, 방향, 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또 이를 프로그램과 스크린상에 구현해야 한다.

 

장 소장은 골프존 시뮬레이터는 센서의 정확성, 물리엔진의 현실성,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신뢰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선 골프존 시뮬레이터는 고속 머신비전 카메라와 광학 센서를 활용해 임팩트 직후 공의 초기 3차원 움직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를 통해 공의 속도, 발사각(탄도), 방향, 스핀(축 및 RPM)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스핀 측정은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한다. 첫 번째는 머신비전 기반의 직접 회전 측정 방식이고, 두 번째는 이론에 기반을 두고 클럽 경로, 페이스 각도, 공의 초기 방향을 종합 분석해 스핀을 역산하는 방식이다. 장 소장은 “골프존 시뮬레이터는 상황에 따라 이 두 방식의 가중치를 조절해 어떤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스핀 값을 산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골프존이 자체 개발한 실시간 물리엔진이 동작한다. 이 엔진은 실제 필드에서 공이 날아가는 물리법칙을 시뮬레이션해 거리, 구질, 방향, 회전 궤적까지 정밀하게 재현한다고 장 소장은 강조했다.

 

장철호 골프존 차세대기술연구소장이 골프존 골프 시뮬레이터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500만명이 넘는 유저를 통한 방대한 실제샷 데이터도 시뮬레이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장 소장은 “골프존은 연간 1억 라운드 이상의 방대한 사용자 실샷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피팅과 물리 모델 보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밀도와 현실감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실감나는 골프 경험을 제공하고자 실제 필드와 유사한 코스 질감을 구현하는 것도 연구소가 심혈을 기울이는 대목이다. 골프존은 현재 국내외 약 400여 개의 코스를 스크린골프 환경에서 서비스 중이다.

 

장 소장은 “현실감 있는 코스 구현을 위해 고정밀 항공 촬영 및 드론 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형 정보(DEM : Digital Elevation Model)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해상도 3D 모델링을 수행한다”면서 “페어웨이, 러프, 벙커, 그린 등의 미세한 경사도와 표면 특성까지 반영되도록 ‘언리얼5 엔진’ 기반의 자체 지형 엔진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라운드 중 느끼는 거리감과 타격감을 최대한 실전에 가깝게 만드는 것도 장 소장의 핵심 목표다. 장 소장은 “광원 처리, 기후 조건 표현, 시간대 변화에 따른 음영 효과까지 적용해 시각적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AI 기반 자동 지형 최적화 기술, 실측 데이터 기반 디지털 트윈 코스 확대 등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해 필드와 스크린의 경계를 점차 허물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청담동 소재 골프존타워서울 전경. 오현승 기자

 

 

※ “골프 잘 알아야 스크린골프 연구도 잘하죠”

 

기자가 찾아간 평일 오후, 서울 청담소 골프존타워에 소재한 골프존 차세대기술연구소 내 복도는 다양한 브랜드의 골프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연구원이 자신의 업무공간에 골프 장비를 두고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에 진심인 골프존 차세대기술연구소의 열정이 느껴졌다.

 

놀라운 광경은 또 있었다. 이 건물 지하에 마련된 스크린골프 연습장엔 여러 연구원들이 한 샷 한 샷 집중하며 골프 연습 중이었다. 티칭 프로가 직접 연구원들을 가르치는 모습도 보였다. 장 소장은 이에 대해 “골프를 잘 알고 잘 칠 줄 알아야 연구원들의 연구 성과도 높아질 수 있다”면서 “근무 시간에 스크린골프를 치는 것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직원들은 신제품 클럽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다”며 웃어보였다.

 

골프존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연구소 인력은 골프존 전체 인력의 약 40%인 24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엔 연구개발비용을 181억원까지 대폭 늘렸다. 장 소장은 “국내외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면서 “신규 제품 및 통합 앱·AI 코칭 등 서비스 개발은 물론,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전문인력 확충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 인건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 역량 강화 차원에서 베트남 연구개발센터를 개소해 현지 운영을 본격화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현지화 제품 기획 및 테스트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품질, 서비스, 제품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고, 글로벌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중장기 R&D 투자와 글로벌 거점 확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게 장 소장의 포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