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에 한국 경제 ‘출렁’...환율 상승·금융권은 비상경영 체제

2023년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선박. 사진=AP/뉴시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지역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3년여 만에 3000선을 돌파하며 상승 곡선을 그렸던 코스피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커졌다.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책 회의를 통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7포인트 내린 3014.4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역시 6.74포인트 하락한 784.79로 집계됐다. 지난 20일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중동 영향에 타격이 제한적이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8.40원 상승한 1384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지역 정세가 급격히 악화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지난 22일 이란의 핵시설 3곳을 정밀 타격하자 이란이 이에 반발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시사하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중동 갈등 확대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코스피에 영향을 줬다.

 

비트코인 역시 크게 흔들렸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 25분(동부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93% 내린 9만9800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밑에서 거래되는 것은 지난달 8일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아시아 증시는 약세가 이어졌다. 대만 증시의 자취안지수(TAIEX)는 1.86%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크게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 역시 전장 대비 0.57% 하락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분위기 전환을 노리던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계의 소비심리는 위축된다. 또한, 물가 상승의 여파로 실질 소득이 감소해 민간 소비 둔화가 심화할 경우 하반기 경제 성장률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위험 회피 심리를 반영해 1370~1380원대 상승을 시도할 전망”이라면서 “당초 가장 극단적이며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가정했던 미군의 직접 개입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두 시나리오 모두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이란 안보회의(SNSC)의 최종 결정을 남기고 있으나 현 단계에서 어떤 결정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다. 시장은 유가와 달러의 동반 상승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 주재로 중동 사태 관련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향후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만큼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중심으로 중동 현지상황 및 금융·에너지·수출입·해운물류 등 부문별 동향을 24시간 점검하고 필요 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신속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금융권 역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물론 한국은행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개최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과 은행들 역시 글로벌 주요 지표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경영진 비상대책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KB금융그룹·KB국민은행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주 전 임원과 계열사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요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수 있도록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고도화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국내외 정세 변동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 정세 변화 및 이에 따른 환율, 유가 변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외환 및 자금 시장 등 유동성 리스크 점검하고 대응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그룹 및 자회사별 리서치 조직의 거시경제 분석에 기반을 둔 정교한 경기 진단 및 그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2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비롯해 정진완 우리은행장,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지주사 전략·재무·리스크·IT 등 전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임 회장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하게 담당 업무에 전념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시장 변동성 확대와 금융·실물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외부 자금 흐름 현황과 조달금리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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