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업계가 새 정부에 가장 크게 기대하는 공약으로 미국발 관세 리스크 대응 등 ‘전략적 통상정책 추진’을 꼽았다.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윤진식)가 11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통상공약에 대한 실행 우선순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역업계는 새 정부의 경제통상 공약 중 가장 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공약으로 ‘국익 극대화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통상정책(20.7%)’을 꼽았다. ▲수출품목·시장 다변화(20.3%), ▲내수·강소기업의 수출기업화(18.1%) 등의 정책이 뒤를 이었다.
‘전략적 통상정책(20.7%)’의 세부과제*로는 미국발 관세리스크에 대한 적극 대응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자동차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기업들은 타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출 여건 조성을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신규 FTA 확대 및 기존 FTA 고도화, 정부와 민간의 통상 대응 역량 강화 등의 요청이 뒤따랐다.
두 번째로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은 ‘수출품목과 시장 다변화(20.3%)’였다. 구체적*으로는 2차전지·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유망 품목의 육성과 화장품·식품 등 소비재 수출 확대 지원 강화에 대한 요청이 컸다. 이는 미국발 관세이슈로 전 세계 수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품목 다변화 없이 수출시장 다변화도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내수 중심의 중소·중견 유망기업을 수출시장에 진입시켜 ‘수출 한국 원팀’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18.1%)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를 위해 상품 개발부터 실무 교육,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통합 패키지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는 수출기업의 기반을 확대해 외부 충격에도 회복력을 갖추자는 취지로 보인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및 수출산업 접목을 통한 ‘AI 수출강국’ 실현(9.5%), ▲국내 수출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안보 단속체계 확립(7.5%), ▲국적선박 확보를 통한 ‘물류안보’ 실현(7.0%)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무역업계가 예상하는 수출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응답기업의 43.3%가 올해 수출이 지난해 대비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답하며 전년과 비슷할 것(38.9%), 증가할 것(17.8%)으로 응답한 수치를 상회했다. 수출 회복 시점을 ‘내년 이후’로 응답한 업체도 71.1%에 달했다. 특히, 고용 규모가 작을수록 수출 감소와 회복 지연을 더 크게 우려하는 경향이 나타나,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원이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정희철 한국무역협회 무역진흥본부장은 “무역업계는 새 정부가 안정적인 통상환경 구축, 기술집약형 수출 품목의 다변화 및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기업 전환 등을 차질없이 이뤄주기를 기대한다”며 “미국발 관세이슈,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외부 리스크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우리의 수출동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새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지원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