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작물 등의 피해가 늘며 기후보험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기후보험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지수형 보험을 개발 중이다.
11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집중호우 강풍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작물과 인프라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보험의 보장범위를 초과하는 손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루에만 16만123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올해 가축 피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배 폭증했다.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8일까지 폐사한 가축은 총 37만9475마리로, 지난해(4만9799마리)보다 622% 늘었다.
이상기후 변화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 초 이러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래대비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하나가 지수형 날씨보험의 활성화다. 지수형 날씨보험은 사전에 정한 날씨지수(강수량, 강설량, 폭염일수 등)가 정상 수준을 벗어나면 날씨지수 수준에 비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통계부족과 상품개발 난이도로 실제로 상품을 내놓기까지 어려움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상품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나 발전소 등에 대한 지수형 날씨보험 개발 시 위험통계가 부족한 경우, 재보험사로부터 협의 요율을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보험 실수요자에 한해 위험을 보장하도록 피보험 이익을 명확히 해 날씨지수를 정교화하는 상품개발 원칙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지수형 날씨보험의 기대 효과로 호우·태풍·대설 등으로 인한 지자체의 피해복구 비용 등 보장, 일사량 부족 등에 따른 태양광 발전소 발전량 감소 보상, 폭우·폭염·한파 등에 따른 전통시장 소상공인 영업손실 보상 등을 꼽았다.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정의된 기후 관련 지표가 특정 수치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보상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기후재난의 반복성과 광범위성, 객관성이 부족해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항공기 결항 같은 증빙이 분명한 것은 지수형 보험으로 나오고 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은 지수형 보험 구조를 적용한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 특약을 도입했다. 항공편이 일정 시간 지연되거나 결항 되면 지연 시간에 비례해 정액 보험금을 지급 주는 식이다.
올 3월 환경부도 보험업계와 기후보험 상품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환경부는 “기후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기후보험은 개인과 산업의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기후보험을 활용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