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장기연체자 채권 매입하는 '배드뱅크' 설립, 10월 매입 개시

금융위, 3분기 중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세부방안 발표
"장기연체자의 정상 생활 복귀 지원"

11일 금융위원회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점검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 제공

 

다음달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가 설립될 예정이다.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빚을 가진 개인채무자들의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것으로, 10월에는 연체채권 매입을 개시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점검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세부 방안을 3분기 중 최대한 신속히 발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는 특히 채무 조정기구가 연체채권을 매입하는 즉시 추심이 중단돼 국민들이 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7월 채무 조정기구 설립 준비 및 8월 설립, 9월 업권별 연체채권 매입 협약 체결 개시, 10월 연체채권 매입 개시를 목표로 장기 연체자의 신속한 정상 생활 복귀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흥업 등 부도덕한 부채 탕감 가능성,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지원 등 이번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관련해 제기된 우려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실무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은행연합회는 “이번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한 민생 회복 정책이고 그 시급성을 감안해 2차 추경까지 편성된 만큼, 앞으로 은행권도 신속히 협조하고 정부 및 회원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생·손보협회 등 제2금융권 협회도 채무조정 기구의 채권 매입으로 제2금융권 장기 연체채권 관리 부담이 상당 폭 경감되는 만큼, 이번 채무조정과 관련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113만4000명의 장기 연체채권 16조4000억원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개인회생파산 전문가인 이지연 변호사는 “장기 연체자가 된 원인을 오롯이 개인의 책임으로 볼 수 없고, 장기 연체자들은 급여나 계좌 압류, 채권사들의 극심한 추심 등으로 정상적인 소득활동이 어려워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제도권 경제에서 밀려난 113만4000명에 달하는 장기 연체자들을 내버려두는 것은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모두 국가적으로 큰 손실인 만큼 신속한 채무조정을 통해 장기 연체자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 연체자 상담업무 등을 총괄하는 정은정 서울시복지재단 금융복지센터장은 “지난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채무자의 특징을 살펴보면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오랜 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수입이 끊긴 50대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비중이 가장 높고, 주요 채무 발생 원인은 생활비 부족, 사업 실패, 사기 피해 등으로 분석돼 일각에서 제기하는 도박빚·유흥업 관련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정 센터장은 “법원 파산·회생 신청시 신청자가 여러 금융회사로 직접 방문해 수수료를 부담해가며 수 많은 서류를 발급해야 하는 부담, 파산·회생 신청 후 법원의 면책 이후에도 카드  발급·휴드폰 단말기 할부 구매의 어려움 등 일상 생활에서 제약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사무처장은 “관계부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전달받은 공신력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철저한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환능력이 없는 정말 어려운 분들의 채무만 소각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파산·회생 신청시 금융회사 서류 발급 애로, 면책 이후 카드 발급 등 문제에 대해 전 금융협회, 신복위 등 유관기관, 채무조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금융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오는 14일부터 캠코 홈페이지를 통해 3주간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명칭 공모 절차를 진행한다. 국민 누구나 명칭을 제안할 수 있고 8월 중 선정된 프로그램 명칭을 발표한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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